[경제상식 허와실] (17) 심야영업규제 효과없다 .. 김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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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업소의 심야영업을 금지하면서 정부는 크게 두가지 이유를 들었다. 새벽까지 술을 마시면 근로에 지장이 많다는 것과 청소년들의 탈선행위를 막자는 것이었다. 첫번째 이유에는 정부지도 부재시 생계에 무리를 줄 정도로 과음한다는 전제가 짙게 깔려 있다. 언뜻 고상하게 들리지만 극히 권위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인 발상이다. 이는 소비와 공급 양자의 재산권침해일 뿐이다. 또 두번째 이유는 심야영업 반대론자들에 의해 애용되고 있다. 물론 청소년의 탈선은 막아야 하며 심야영업을 금지함으로써 일면 성과를 거둘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벼룩잡으려고 초가삼간태우는 격의 규제이다. 예컨대 얼마전 실패로 끝난 차량10부제의 아류일 뿐이다. 그렇다면 과연 심야영업금지는 위 두가지 목표를 달성했는가. 첫째 국민들의 근로생산성제고에는 별 도움을 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취하고 싶은 사람들은 자정이 되기전 미리 취하고 더 마시고 싶은 사람은 실제 자정이 넘어서도 마시고 있다. 둘째 청소년의 탈선은 줄어들었는가. 자정이후 배회하는 청소년의 총숫자는 줄어들었을지 몰라도 음주청소년의 숫자에는 별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들의 행동이 더욱 음성적으로 변해갈 뿐이다. 현재 한국인은 단속에 대한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심야음주를 하고 있다. 그만큼 초과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을 위해 연장영업이 허락되는 관광호텔에 내국인들이 들어가 단속으로부터 보호받는 업소에는 비행청소년들이 즐비하다. 자정이후에는 돈있는 사람만이 술을 마실수 있는 것이다. 과도한 음주문화는 경쟁지향적인 직장환경으로 시정해야 하고 청소년의 탈선은 청소년에게 술파는 업주를 엄격히 단속함으로써 막아야 한다. 이처럼 원하는 효과를 위해 희소규제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다른 방법도 얼마든지 고안할수 있다. 심야영업규제는 정책목표를 잘못 꿰어 맞춘 또하나의 행정전횡이라는 지적이있다. 술수요는 가격탄력성이 낮기 때문에 프리미엄을 고려한다면 음주에 대한 총지출은 늘어났을 것이다. 한편 그 프리미엄이 어디로 상납되고 있을까 생각하면 왜 이 규제가 유지되고 있는가도 가히 짐작할수 있게 된다. 특정 집단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이 규제의 존재가치가 의문시된다고 하겠다. 김일중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