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씨 비자금] 자금부족만은 아닐것..대우 왜 실명화 도왔나

김우중대우그룹회장이 노 전대통령의 비자금을 실명화해 주었다는 사실에 대해 그룹내에서는 물론 외부에서도 "피치못할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매출액 기준 재계 4위인 대우그룹이 그 정도의 자금이 아쉬워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비자금을 실명화했다고 보기는 어렵기때문이다. 또 이미 권좌에서 물러난 전대통령으로부터 어떤 특혜를 기대하고 그같이 어려운 부탁을 들어줬을 가능성은 더더욱 희박하다. 김우중회장이 중국에서 폴란드로 향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2일만해도 S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대우처럼 큰 회사가 무모한 짓을 했겠느냐"며 김회장의 귀국연기와 비자금파문과는 무관할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때문에 대우그룹과 재계에서는 비자금의 실명전환이 김회장도 모르는 사이에 실무진 선에서 이루어졌거나 노 전대통령 또는 그와 연결된 제3의 인물의 "강권"에 못이겨 울며겨자먹기로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있다. 전자의 경우는 실명제 직후 "얼굴없는 괴자금"이 돌아다녔던 사실에서 그 근거를 찾고 있다. 전주의 신원을 감춘채 파격적인 조건으로 제시됐던 괴자금 대출제의를 대우의 자금담당 실무진이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또 후자의 경우는 김회장이 남의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고 관직에서 물러난 사람들을 잘 챙겨주곤 했다는데 근거를 두고 있다. 비록 권좌에서 물러나기는 했지만 한때 국가원수였던 노 전대통령의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웠던데다 "합의 차명"은 위법이 아니라는 설득에 부탁을 들어줬으리라는 추측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