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일자) 낙관못할 경기 연착륙 기대

비자금파문으로 온나라가 어수선한 가운데 내년 경제사정이 당초 예상보다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는 걱정이 앞선다. 얼마전만 해도 경기연착륙과 물가안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 내년에는 안정성장이 가능하리라는 낙관론이 우세했다. 예를 들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도 경제성자률을 7.5~7.8%로 예측했으며 한국은행은 7.4% 안팎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판단근거는 수출및 설비투자 중가율이 상당히 낮아지겠지만 사회간접자본 확충을 위한 건설투자가 활발하고 경제성장에 따른 소득수준 향상으로 민간 소비지출이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하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의 연착륙을 낙관할수 없는 불안요인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우선 일본 엔화의 약세반전및 미국등의 경제상장둔화로 그동안 호경기를 주도했던 중화학제품을 중심으로한 수출신장세가 꺾일 경우 경기양극화로 표현된 내수부문의 부진과 어우러져 예상밖의 어려움을 맞을수 있다. 또 한가지는 생산설비의 신.증설이 어느정도 마무리됨에 따라 설비투자 증가세가 진정되리라고 예상은 됐지만 이번 비자금파동으로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크게 냉각돼 예상보다 훨씬 크게,그리고 더욱 급속하게 위축될수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최근 제2노총의 추진움직임과 함께 일부 기업들의 비리연루에 따른 근로자들의 반발심리가 겹쳐 노사관계가 원만하지 못할 경우 상황은 더욱 악화될수 있다. 경제성장률과 함께 경기연착륙의 성공을 판단하는 기준인 물가안정도 자신할수만은 없다. 한국은행이나 KDI는 내년의 물가상승률을 4~5%로 전망하고 있지만 한국은행이 지적한대로 공공요금의 인상요인,총선에 따른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서비스요금과 농수산물값의 오름세 등 물가불안요인들이 잠재해 있다. 게다가 지방 자치단체의 지역개발사업과 정부의 사회간접자본투자로 땅값도 들먹일수 있다. 특히 걱정되는 것은 정부가 총선을 의식하여 민간소비와 건설투자를 중심으로 내수경기를 자극해 물가안정기조가 흔들리고 최악의 경우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80년대 후반의 3저호황뒤 90~91년에 겪었던 내수주도의 경기호황및 부작용을 연상시키는 대목으로서 내년 총선의 치열한 각축을 고려할때 기우라고만 할수는 없다고 본다. 끝으로 지적할 것은 올해 사상 최대규모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경상수지적자를 서둘러 줄여야 하는데 전망이 썩 밝지 못하다는 점이다. 수출증가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자본재와 원자재의 수입이 크게 줄어 무역수지는 상당히 개선되겠지만 지급이자,기술용역수수료,해외경비지출 등으로 무역외수지의 적자가 여전할것 같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총통화증가율을 가능한한 낮추고 금융및 세제부문에서 선심성 정책을 삼가야 한다. 아울러 규제 철폐로 기업의욕을 북돋우고 노사화합을 다질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정책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