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씨 비자금] 사법처리보다 세무조사 우려..관련기업 표정

재계는 4일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이 검찰에 소환되는 등 노태우전대통령이비자금사건에 대한 수사방향이 기업쪽으로 물꼬를 트자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출처를 알수 없는 ''소환대상 기업인 명단''에 자사의 이름이 오르내리는데 대해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업이름이 언론 등에 자꾸 오르내리면 사법처리와는 무관하더라도 기업이미지 실추와 세무조사 등 ''우회적인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 아니냐며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한편 대우 한보그룹은 설령 노전대통령이 비밀계좌와 실명전환에 참여했더라도 직접 뇌물을 제공한 경우가 아니라면 사법처리는 면할 가능성이크다며 ''사태''를 낙관하는 분위기다. .정태수한보그룹총회장은 검찰에 출두한 이날 오전8시에 당진 철강공장을출발해 10시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무실에 도착. 정회장은 오전내내 사무실에서 결재등 정상업무를 보고 11시30분께 방배동자택으로 가 점심식사를 한뒤 고문변호사와 함께 검찰출두 준비를 마무리. 지난 91년 수서사건이후 4년만에 또 다시 검찰조사를 받게된 정회장은 검찰출두 직전까지도 담담한 표정으로 "있는 사실 그대로 밝히겠다"는 말을했다고 비서실 관계자는 전언. 그러나 그룹측은 정회장이 수서때의 악몽으로 카메라 플래쉬에 거부반응을보이는 탓에 이날 오전 수행비서를 대검청사에 보내 포토라인을 확인하고동정을 살피는등 출두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 비자금 사건으로 총수가 검찰에 소환된 한보그룹은 정회장의 비자금 실명전환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만큼 검찰의 조사결과를 낙관하면서도 혹시 다른 혐의가 드러나지 않을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 이 그룹의 박대근홍보담당는 "현재까지 밝혀진 비자금 3백69억원의 실명전환은 불법이 아니다"며 "당시 고문 변호사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자문했었다"고 강조.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검찰이 단순히 비자금 실명전환만을 갖고 정회장을 소환했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며 "혹시라도 다른 혐의점을 검찰이 쥐고 있는게 아니냐"고 말하는등 불안해 하는 눈치. .일부 신문에 검찰소환 대상기업으로 거명된 거평 나산등 신흥그룹들은 "사실무근인 허위기사"라며 해당 언론사를 형사고소하는등 강력 대응. 거평그룹은 4일 노전대통령 비자금 실명전환 혐의로 검찰소환 대상에 나승렬회장이 포함됐다는 보도를 낸 K신문에 대해 "시중에 떠도는 근거없는소문을 무책임하게 기사화했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지방검찰청에 정식으로 고소. 거평은 또 이 신문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도 함께 제소해 엄중한 항의를 표시. 또 나산그룹도 "안병균회장은 노전대통령과 전화통화 한번 한적이 없으며이현우전경호실장도 최근 TV에서 처음 봤다"며 시중루머를 일축. .대우그룹은 4일 오전 각 계열사별로 사장들이 직원조회나 특별지시 등을통해 "동요하지 말고 정상적인 업무수행에 차질이 없도록 하라"고 당부. 그 효과가 있었는지 이날 대우 임직원들은 전반적으로 평온을 되찾은 가운데 일부직원들은 주말계획을 화제로 삼는등 여느때 주말과 다름없는 분위기. 그러나 회장 비서실 직원들은 이번 사태에 대한 여론동향을 체크하는가 하면 정부의 향후 처리방향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이곳 저곳에 연락을 취하는 등 여전히 부산한 모습. 이들은 특히 노전대통령의 비서실장인 정해창씨가 "비자금을 실명화해준 기업은 대우와 한보뿐"이라고 밝힌데 대해 "정씨가 대우를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며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 한편 검찰이 김우중회장이 귀국하면 즉시 소환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혀 김회장의 귀국시기가 관심을 끌고 있으나 대우관계자들은 "빨라도 다음주초나 될 것"이라며 더 이상의 답변은 회피. .전경련이 대국민 사과성명을 내는등 재계 전체가 비자금 파문에 휩싸여있는 와중에 전격적으로 단행된 3일의 삼성그룹의 사장단 인사를 놓고 재계에선 "삼성의 의도"가 무엇일까를 궁금해하는 분위기. 재계관계자들은 이와 관련, "비자금과는 무풍지대임을 강조하기 위한 특유의 "자신감"으로 봐야할지, 타그룹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려고 한 "의도된 행동"인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우뚱. 삼성그룹은 이에대해 전무급이하 임원인사들이 줄줄이 예정돼 있어 사장단인사를 무작정 늦출수 없었기 때문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설명.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