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논단] 경제가 정치에 흔들려서는 안된다 .. 문희화

문희화 세계 어느나라를 막론하고 경제가 정치의 영향을 받지않는 곳이 없지만 한국처럼 경제가 정치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라도 그리 많이 않을것이다. 지난 92년말의 대선을 중심으로한 전후 12개월간에 우리 경제가 보여준 움직임이 이를 잘 말해준다. 대선전 6개월간에는 대선 결과에 대한 불안으로, 그후 6개월간에는 주로 신정부의 정책방향과 사정에 대한 투자가 종래의 15%대 증가에서 오히려 감소로 반전되었었고 이 결과 92,93 두해의 경제성장률이 그전의 8~9%대에서5%대로 크게 감소한 사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이렇게 정치에 의해 경제가 흔들린 사례는 세계의 다른 나라에서도 많이 보아왔다. 특히 이웃나라 일본에서 장기간의 자민당 집권이 중단되 이후 소수연립정당에 의한 빈번한 정권교체로 왕성하던 기업활동과 경제성장이 극히 저조한 추세로 돌아섰으며 그후 5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일본경제는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여러 기관이 예측한 내년도 우리나라의 경제는 금년보다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며 특히 성장률은 금년의 9%대에서 최소한 2%포인트가 떨어진 7%대로 전망되고 있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이들 전망속에는 앞으로 닥칠 정치의 변화에 대한 고려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것 같다. 내년의 총선결과와 97년의 대선결과가 현재의 정치구도와 크게 다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기업인들의 마음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두가지 선거를 다 치루고 그 결과를 볼때까지 적어도 국내에서의 투자와 생산에 대해서만은 극히 조심스럽게 대응할 자세인것 같다. 더더욱이 각기관의 설문조사결과 우리 기업의 내년도 투자계획은 금년보다훨씬 적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고, 경기선행지수를 구성하는 9개의 개별지수 가운데 건축허가 면적등 6개 지수가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 연속 전월대비 감소를 기록하고 있어 우리경기가 빠른 속도로 하강할 것이라는 예측을 증폭시켜 주고 있다. 여기서도 물론 앞서 두 선거를 포함하는 정치적 사건뿐 아니라 지급 연일 신문을 대서특필로 장식하는 노전대통령의 비자금문제와 이와 관련된 정치권의 큰 사정회오리가 전혀 반영안된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본 우리 경제의 장래에 대한 여건은 10.26사건과 광주사태등으로 큰 폭등이 불었던 1980년 이래 가장 큰 불안요소를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더욱이 노전대통령의 비자금 조성에 수많은 기업인이 연관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이들이 사정당국에 의하여 조사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때문에 우리 기업이 장래에 대하여 갖고 있는 불안은 매우 큰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우리의 주고객인 미국.EC등 선진국의 경기가 내년에도 대체로 호황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과 한때 가속화되덕 최근의 엔저현상이 이제 좀 주춤해진 점이다. 따라서 1996년에도 총선도중 통화의 대폭 살포등으로 20%수준의 신장은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더더욱이 이번 노전대통령 비자금 사건이 정경유착을 단절하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수 있다면 앞으로는 기업인이 선거의 결과에 크게 신경을 쓸 필요도 없게 되는 만큼 투자등 기업의 경제행위가 주춤거릴 이유가 없을지도모른다. 오늘처럼 국제적 여건이 급격히 변동하는 시대를 우리는 일찍기 살아본 적이 없다. 과할.기술의 발전이 너무나 빠르고 이로 인하여 모든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지극히 짧아지고 있으며 정보혁명과 리엔지니어링등의 경영혁신이 세계 모든 기업의 주요행도지침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되었다. 또 WTO체제의 발족으로 우리의 각종 보조금과 시장보호조치가 이제 하루가다르게 허물어져가고 있는 만큼 우리 경제의 변신이 과거 어느때보다 절실히요청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국가 구성원모두의 힘을 합쳐 우리경제의 경쟁력제고와 산업발전에 열심히 노력하여야 할 시점에 서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충격과 앞으로 닥칠 선거결과의 불안에서 헤어나지 못할 뿐더러 이 여파가 적어도 향후 2~3년간 우리 경제에 적지 않게 영향을 줄것으로 판단되어 안타까운 마음 금할길 없다. 우리 경제가 갈길은 아직도 너무나 멀다. 지금 우리의 1인당 국민소득은 선진국의 절반내지 3분의1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오늘의 7~8%대의 경제성장을 반드시 유지하여야 한다. 뿐만아니라 OECD가 요구하는 시장개방과 또 극심하게 부족한 우리의 사회간접자본등을 고려할때 우리의 모든 인적.물적자원을 모아 경제적 기반을 튼튼히 해야 다가오는 21세기에도 생존할수 있다. 따라서 이번의 노전대통령의 비자금문제를 계기로 정경의 고리가 완전히 단절되어 총선이나 대선의 결과에 우리 경제가 흔들이지 않도록 모든 기업인 정치인, 그리고 정부가 함께 반성하고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더더욱이 경기선행지표가 우리 경제의 하강국면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경제가 정치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어 견실한 경제활동이 가능해지고 따라서 지금의 경기하강국면이 안정된 성장으로 빨리 반전될 수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