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전투기시대] (상) 기술자립 초석..KFP사업 성과/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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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F-16기가 첫선을 보였다. 7일 신고식을 한 KF-16기는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를 국내에서 생산키로 한지 12년만에 나온 역작이다. F-16기 출고의 가장 큰 의의로는 전투기등 각종 항공기의 국내생산체제가 완비됐다는 점이 먼저 꼽히고 있다. KFP(한국형차세대전투기사업)가 끝나는 99년부터는 완제기를 자체 생산할 수 있어 본격적인 항공기 국내생산시대의 개막이 눈앞에 다가온 셈이다. 항공기술의 자립화를 촉진키 위해 시작한 KFP사업은 대상기종선정-직도입 -조립생산-면허생산등의 단계를 거쳐 추진돼왔다. 대상기종은 89년 맥도널 더글러스사의 F-18로 선정됐다가 1년반만에 제너럴 다이내 믹(GD)사의 F-16으로 변경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후 GD가 군수사업부문을 록히드마틴사에 매각해버려 또한번 기술도입선을바꿔야했다. 지난 86년 KFP사업의 주계약업체로 선정된 삼성항공은 92년부터 생산준비에 들어갔다. 이후 사천공장이 완공된 지난해 6월부터 본격적인 조립생산이 시작됐다. 이때부터 주날개와 후방동체 수평꼬리날개등의 제작을 맡은 대한항공과 중앙동체와 전방동체일부를 생산한 대우중공업, 랜딩기아의 기아기공등 주요 협력업체 9개사가 공동으로 참여했다. 20만개에 달하는 F-16기 부품을 납품하거나 치공구등을 제작한 협력업체는 전부 1백개사에 이른다. 항공전자장비는 삼성전자와 대영전자등이 공급했다. 삼성항공등은 부품을 국내에서 제작하고 조립하며 비행성능시험까지 완료하는 "면허생산"단계에 최근 돌입했다고 밝혔다. 때문에 7일 출고한 F-16기 5대는 국산전투기라고 불러도 무방하다는 설명이다. 설계와 엔진제작 공정관리등 각 부문의 기술 국산화가 아직 40~50%대에 머물고 있지만 국내 기술자들이 생산관리기술을 체득하고 실제로 생산하고 있는 만큼 국산 전투기 생산시대가 이미 개막됐다는 주장이다. 박찬우삼성항공 KFP사업관리팀장은 "오는 99년이 되면 가격기준으로 본 국산화율은 40%,기술자립도면에서는 60%정도로 향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수치로 나타나는 국산화율보다 실질적인 기술수준을 끌어올리는 내실있는 발전이 더욱 중요하다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엔진생산기술만 보더라도 미국 P&W사등에 엔진을 납품해온 국내 항공업체들의 제작기술은 거의 완벽한 수준이라고 평가받고 있지만 독자적인 엔진개발은 엄두도 못내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의 기술을 그대로 도입하는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고유모델로 재설계하는 기술이 전무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본은 F-16기를 선정해 차세대전투기개발(FSX)사업을 추진하면서 자체모델로 재설계하는데에만 35억달러를 투입했다"(김진웅삼성항공 생산팀장)지만 한국은 아직 멀었다는게 중평이다. 사업규모(투자)를 둘러싼 업계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KFP사업에도 52억달러라는 거액이 들어간다. 약4조원이나 된다. 99년까지 총1백20대의 F-16기가 생산되므로 개발비를 포함한 대당 가격은 3백30억원정도로 추산될 정도로 고가다. 때문에 제작을 맡은 삼성항공등은 KFP사업과 연계할 수 있는 후속사업의 확보가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독자적인 재설계를 할 수 있고 고유모델을 수출까지 할 수 있으려면 특히 군용기부문의 안정된 수요가 지속돼야한다는 분석이다. 가칭 항공산업기획단과 같은 정책기관을 만들어 항공기술개발등 거대 프로젝트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