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씨 비자금] 3개그룹 회장 소환 .. 금융계 표정

노태우전대통령의 비자금사건과 관련, 김중원 한일그룹회장 김준기 동부그룹회장 장진호 동부그룹회장이 검찰에 소환되자 관련은행들은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 그룹이 10대기업도 아닌데다가 그동안 조사대상에 전혀 거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계에선 이들 그룹의 소환을 두고 "10대기업총수의 소환을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시각과 "이들 기업이 본보기로 걸렸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들 그룹의 주거래은행인 한일(한일) 상업(진로) 서울(동부)은행등은 거래기업이 비자금과 어떻게 관련됐는지를 수소문하는등 바짝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 은행은 그러나 3개 그룹이 비자금과 특별한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판단, 여신상황을 재검토하는등의 상황은 도래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정태수한보그룹총회장이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을 실명전환해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 상업 국민은행은 "비자금예치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으며 지금도 확인할수 없다"는 식의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한일그룹의 은행권여신은 지난 6월말 현재 7천6백21억원으로 국내 그룹중 12번째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작년말보다 1.5%(1백9억원)증가했으나 93년말보다는 22.8%(2천2백41억원)나 줄어든 수준이다. 지난해 9개 계열사의 매출액은 1조1천8백32억원이었으며 지난 5월 경남모직과 한효개발 한효건설 부국증권등 4개 계열사를 동생인 김중건씨에게 넘겨주기위해 계열분리를 신청했었다. 한일그룹의 주거래은행인 한일은행은 "현재 김회장이 미국에 머물고 있어 자세한 내용은 알수 없으나 간접적으로 확인한 결과 비자금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현재로선 여신현황만 체크할뿐 별다는 조치를 취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 6월말 현재 진로그룹과 동부그룹의 여신은 각각 3천8백63억원과 3천20억원으로 23위와 27위를 기록하고 있다. 진로그룹의 여신은 작년말보다 16.5%(5백48억원), 93년말보다 36.0%(1천22억원)각각 증가했다. 동부그룹도 작년말보다 9.9%(2백71억원), 93년말보다 17.0%(4백38억원)늘었다. 지난해 매출액은 진로그룹(11개 계열사)이 2조3백96억원, 동부그룹(11개 계열사)이 2조3천7백35억원이었다. 이들 기업의 주거래은행인 상업은행과 서울은행은 한결같이 "이들 기업이 6공화국때 특별한 혜택을 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뭔가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 은행은 특히 진로나 동부그룹에 대해 특혜성 여신이 나간 적이 없기 때문에 은행으로선 별도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무관함을 강조했다. .정태수 한보그룹총회장이 2백30억원의 노씨 비자금을 실명전환해서 사용한 것으로 밝혀진 상업은행과 국민은행은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고 애써 부인했다. 상업은행은 "그동안 거론됐던 효자동지점만 예의 주시했었지 다른 지점엔 관심도 갖지 않았다"며 "실명전환해간 것이 사실이냐"고 의아해 했다. 국민은행도 "그런 사실도 모르고 지금도 어느 지점인지도 전혀 파악되지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서민은행인 국민은행의 특성상 거액의 비자금을 숨겨두기엔 적합하지 않다"며 "이런 초보적인 사실도 모르고 비자금을 국민은행에 맡겼을리가 없다고 말했다. 금융계에선 정회장이 국민은행에서 실명전환해간 돈이 지난 91년말 이태진 전청와대경호과장이 사간 1백억원어치의 양도성예금증서(CD)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일단 무기명으로 CD를 사갔으나 실명제가 실시되자 찾아가지 못하고 있다가 정회장이름으로 현금을 찾아갔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실명제가 실시된후에는 만기가 된 CD를 현금상환받는 사람도 반드시 실명확인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금융계에선 그러나 신한은행이나 동화은행과 마찬가지로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이 예치됐다면 상업은행과 국민은행의 경영진들과 상당한 교감이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일 그렇다면 이들 은행의 경영진들 역시 "도덕적 부담감"에서 벗어날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계에선 그러나 3개 그룹이 그동안 6공화국의 특혜그룹으로 지적돼 왔다고 풀이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들 그룹이 보이지 않게 특혜를 받아 뭔가 의심스럽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따라서 주거래은행도 안심할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