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일자) 안보리진출 밑거름은 경제력

우리나라가 어제 새벽(한국시간) 유엔총회의 표결을 통해 압도적 찬성표로 2년임기의 유엔안보리 비상임이사국에 선출됐다. 지금부터 47년전 유엔의 결의와 감시하에 실시된 총선결과 독립 정부수립을국내외에 선포할수 있었던 역사적 인연은 그만두고라도 유엔의 정식회원국이된지 4년만에 이룬 이 외교적 개가는 지금 순간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끄러운 사건만 아니었더라면 훨씬 더 돋보였을 일이다. 한국의 이같은 외교적 성과는 첫째 냉전체제의 붕괴와 국제질서의 재편으로한국의 국제적 입지와 위상에 획기적이고 긍정적인 변화가 생긴 점과 둘째 유엔가입 이후, 특히 작년 3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입후보를 공식 선언한 이후 외무부는 물론 김영삼대통령을 포함한 범정부적 지지교섭외교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욱 중요한것, 결정적인 것은 우리의 경제력이다. 세계 11위의 무역대국, 12위의 경제대국이라는 막강한 경제력과 전후의 수많은 신생 독립국가들 가운데서 경제 개발의 모델로 평가받기에 이른 눈부신 경제업적이 한국을 일찌감치 국제외교무대의 중심국가로 부상하게 만든 진짜 배경이라고 봐야 옳다. 우리의 안보리 진출에 실질보다 상징적 의미를 강조하는 시각도 없지는 않다. 모든 주요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물론 임기가 없는 5개 상임이사국과 비교하면 그런 측면이 짙다. 하지만 오늘의 안보리 위상과 역할은 냉전시대와 비교해서 크게 달라졌다. 거부권행사의 빈도가 감소 경향에 있으며 국제분쟁 조정자로서의 역할은 더욱 무거워졌다. 더구나 총185개국을 헤아리게 된 유엔에서 15개 이사국의 무게는 발족당시의 51개국, 지난 65년 헌장개정 당시의 118개국 시절의 11개 이사국과는 다르다. 정작 중요한것은 우리가 정치 외교 경제등 모든 분야에서 국내외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시기에 안보리 이사국의 역할을 맡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기간중에 우리는 두차례의 큰 선거를 통해 새 정권의 출현을 보게 돼 있다. 북쪽에서도 어떤 내용으로든 변화가 올 것이 분명하며 남북대화의 재개여부를 포함, 한반도 문제가 국제사회의 중요한 관심사가 될 것이다. 정치적으로 한국은 보다 성숙된 모습을, 외교적으로는 국제적 위상에 걸맞는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는 면모를 국제사회에 보여줘야 할 상황에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입도 이 기간중에 실현될 예정이다. 논란이 없지 않지만 가입절차는 이미 진행중이며 늦어도 96년말 안에 협상을 완료, 97년 상반기 중에는 가입확정이 유력시된다. OECD가입은 우리에게 경제적으로 보다 선진화된 모습을, 국제사회에서는 더욱 무거운 부담과 책임있는 역할을 요구하게 만들 것이다. 안보리진출을 우리는 장래의 OECD가입과 더불어 우리 정치와 경제의 선진화개방화 세계화를 촉진하고 앞당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21세기를 충분한 준비속에 맞고 안보리 이사국도 몇번이고 맡을 수있게 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