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가에 부는 한국화 바람 .. 원로~중견까지 대형전 "주목"
입력
수정
늦가을 화랑가에 한국화전이 풍성하다. 원로화가 천경자씨가 1~30일 호암미술관에서 화업50년을 정리하는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중인가 하면 중진 이종상씨가 10월16일~27일 대전 한림갤러리에서 "진경의 원형을 향한 구도전"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송수남씨(15~28일 공평아트센타)와 석철주(17~26일 금산갤러리) 김병종(14~30일 선화랑)씨 등도 잇따라 개인전을 여는 것. 원로에서 중견에 이르는 한국화가들이 이같이 비슷한 시기에 대형개인전을 마련하는 것은 좀처럼 없던 일로 미술계안팎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천경자(71)씨의 개인전은 화업50년 결산전이자 "미인도사건" 이후의 작업을 보여주는 전시회로 주목을 끌고 있다. 1942년 동경유학시절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120점을 내놓았다. 이종상씨(57, 서울대교수)의 개인전은 지자제시대를 맞아 작가가 고향에서 마련한 전시회. "진경의 원형을 향한 구도"라는 주제 아래 현대적 감각의 산수화와 근래의 "원형상"시리즈까지를 모두 내놓았다. 남천 송수남씨는 한국화의 개념이 혼란을 겪고있는 가운데 고집스럽게 전통수묵을 지켜온 작가. 2백-6백호에 이르는 대작 20여점이 출품되는 이번 전시회는 말그대로 순수 수묵화가 현대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심화.발전돼 왔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자리이다. 수묵화의 기본사상을 "절제와 간결의 미학"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송씨는 이번전시회에서 "붓의 놀림"이라는 연작을 통해 단순과 절제를 생명으로 하고있는 수묵보내의 뜻을 분명하게 전달하고 있다. 얼마전까지만해도 희미하게나마 모습을 드러냈던 나무며 산 등의 형체는 흔적오 없이 사라지고 화면에 온통 붓놀림에 의한 획들만이 채워져 있는점이 특징. 중견한국화가 김병종(서울대교수)는 닥종이와 족제비털 붓을 이용해자연과 생명체를 역동적으로 묘사한 평면및 입체작품 20여점을 선보인다. 현대문명에대한 강한 반발심을 나타내면서 노장사상에 근거한 자연존중의 정신을 담았다. 그동안 일관되게 추구해온 "생명의 노래" "생명나무" 연작으로 평면의경우 이전보다 붓놀림이 더욱 자유분방해진 1백-7백짜리 대작이다. 입체작품은 닥지를 물에 풀어 형체를 만든다음 색깔을 입혔다. 석철주씨(추계예대교수)는 실패와 골무 조각보 한복 시리 등을 소재로 하거나 또는 오브제로 삼아 화면을 장식하는 기법을 사용, 우리 여인들의 미적 지혜와 구성감각을 보여준다. 이러한 작업은 우리 여인네들의 탁월한 조형감각과 예술성을 다시 자신의 화면에 재해석하려는 시도. 출품작은 "생활일기" 여낙 30여점. 작품들은 옛 석씨가 오브제로 채택한 조각보처럼 일정한 패턴이 없이 각양각색의 다채로운 화면을 연출하면서 회화적 가치를 창출하는 독특한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