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시론] 해외한국기업 오래사는법 .. 어윤대 <소장>

어윤대 삼성전자의 영국 원야드 현지공장 준공식에서 대처여사가 테이프를 커팅하는 모습이 여러 가지를 연상케 한다. 세계를 휘어잡았던 대영 제국의 기업을 축하하기 위해서 전국가원수가 나타난것이 아니다. 영국이 해외진출을 시작한 16세기뿐만 아니라 백년전만 하더라도 존재조차알수 없었던 아시아의 조그마한 나라의 한기업을 위해서이다. 한국기업이 자국의 생산감소와 실업문제를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경제성장률이 저조하고 실업률이 10%를 넘어서고있는 영국으로선 외국투자를 환영할수 밖에 없다. 공장부지에 저금리 융자를 알선해준다. 종업원들을 정부의 기원으로 직업교육도 시켜준다. 기업의 국적이 어디인가가 문제가 아니고 자국에 어떤 기여를 하는가만이 고려의 대상이다. 국외 기업이라고 차별은 없으며 도리어 어떤 의미에선 국내기업보다 우대하는 역차별화가 있다. 그러면 한국기업은 왜 외국에 나가느냐? 삼성의 경우는 기업의 세계화와 현지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문제라는 상황론적 인식에서였다. 기업의 해외직접투자 이론중에 가장 설득력있는 주장은 스테핀 하이머의 독점적우위론이다. 이 이론은 다음과 같다. 기업이 해외에 진출할경우 국내외 경영환경과는 다른 여건에 처하게 된다. 제도가 다를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기호, 현지의 상관습, 시장정보에 어둡기때문에 현지기업이라면 부담하지 않는 추가적인 비용이 든다. 이러한 비용을 외국비용이라고한다. 외국기업은 이러한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현지기업과의 경쟁에 있어서 불리한 위치에 처하는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외국기업이 현지시장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외국비용으로 인한 불리점을 상쇄할수 있는 우위요소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우위요소 즉,현지기업이 갖지 않은 독점적우위요소로서 고도의 기술, 뛰어난 경영기법 유명한 상표, 규모의 경제, 정부의 지원등을 들 수 있다. 그동안 한국기업의 제조업 해외투자는 국내의 부품을 수출하여 현지에서 완제품을 만드는 수입규제 회피형이 주를 이루었다. 수입규제 회피형의 비교우위원칙은 기술력이나 경영기법 또는 상표에 의한 차별화 전략보다는 규모의 경제에 있다. 한국처럼 국내시장이 작은 나라에서 어떻게 가격경쟁을 가능케 하는 규모의경제가 나올 수 있을 것인가 의문을 갖게 하지만 사실 그러하였다. 과거 수출 주종제품이었던 가발 합판 신팔등 제조업체의 공장규모를 보아도 알수있다. 단일공장으로서는 세계제일의 크기를 갖고 있었다. 현재의 자동차 조선 철강 텔레비전 반도체도 규모의 경제에서 비교우위를 얻어내고 있다.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포항제철 삼성전자 등은 세계 제일의 생산규모를 갖고 있다. 문제는 국내생산능력에 있어서 규모의 경제를 향유하기 위한 해외투자 즉 국내부품조립을 위한 해외투자는 모두 실패하였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해외투자였던 삼성전자의 뉴저지 공장,금성사의 한츠빌 공장,현대자동차의 퀘벡공장 등은 문을 닫든지 이전하지 않으면 안되는 운명이 되었었다. 현지국가의 부품국산화정책으로 한국으로부터 계속적인 부품수출이 어려워졌고, 소비자 욕구의 변화가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생산시스템을 탈바꿈시키도록 강요했기 때문이다. 적극적 현지화를 이번 삼성전자의 윈야드 투자는 복합단지형이라고 한다. 생산 마케팅 연구개발등 모든 경영활동이 현지에서 이루어지는 형태를 말한다. 따라서 부품을 한국에서 수출하기보다는 현지에서 구매하고, 경영자를 현지인으로 하고, 현지에서 연구개발을 해나간다고 한다. 이러한 복합단지형은 현지화를 경영전략으로 내세운 기업의 강력한 세계화전략으로 볼 수 있다. 그러면 이러한 기업이 어디에서 현지비용을 상쇄할 수 있는 비교우위의 원천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복합단지형에서 택하는 현지화 전략은 기업이 제품우위나 상표 등으로 차별화가 가능할 때 성공할 확률이 높다. 과연 한국기업들이 제품이나 상표의 차별화 능력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일시적인 호황으로 인한 회사 내 현금흐름이나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능력에 편승한 재무적인 투주전략일까? 1980년대 후반 일본기업들이 국제수지흑자와 엔화평가절상에 힘입어 해외투자를 봇물처럼 행하였다. 그러나 기업의 장기적인 비교우위 고려없이 오래갈 수 없다는 교훈을 일본의 경험에서 얻을 수 있었다. 한국기업들은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한다. 수출의존에 의한 외국진출보다는 현지생산형 국제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최고경영자의 의지만으로 국제경쟁력이 길러지는 것은 아니다. 모든 시스템이 따라야 되고 중간경영진의 사고의 국제화도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기술력이나 상품차별화 없는 해외진출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여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