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 "왕가위감독" 열풍 .. 홍콩 뉴웨이브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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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에 왕가위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 9월 개봉된 "중경삼림"이 코아아트홀과 씨네하우스 2곳에서만 2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데 이어 그가 감독한 "동사서독"과 "타락천사"가 잇따라 개봉 되는 것. 홍콩영화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왕가위 감독은 중국 상해에서 태어나 5살때 홍콩으로 이주, 대학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했으며 82년 "최후의 승리" 시나리오를 쓴 것이 계기가 돼 영화계에 입문했다. 88년 첫작품인 "열혈남아"를 연출, 홍콩 뉴웨이브 감독의 상징으로 떠오른뒤 90년 "아비정전"과 94년 "중경삼림" "동사서독"으로 홍콩 금장상 7개부문을 휩쓸었다. 12월중 내한할 예정. 18일 개봉되는 "동사서독"은 운명적으로 어긋날수 밖에 없는 사랑을 다룬 작품. 장국영 양가휘 임청하 양조위 등 호화배역과 50억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홍콩.대만 합작영화. 제14회 홍콩 금장상 최우수 촬영상과 미술감독상, 의상상을 차지했다. 사랑을 잃고 냉소적인 성격으로 변해 사막에 은둔중인 "서독" 구양봉(장국영)과 부초처럼 떠도는 "동사" 황약사(양가휘)가 중심인물. 여기에 낮의 남자와 밤의 여자로 1인2역을 맡은 임청하와 눈이 멀어가는 무사 맹무살수(양조위), 계란 한꾸러미와 당나귀 한마리로 동생의 복수를의뢰하는 여인 완사녀(양채니), 그녀의 소망을 들어주는 홍칠(장학우) 등4남4녀의 엇갈린 운명을 담고 있다. 왕가위 감독의 첫 무협영화인 이 작품은 액션보다 주인공들의 캐릭터와 고뇌의 표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고속촬영으로 잡은 액션장면은 왕가위식 연출의 특징을 보여준다. 1초에 24프레임인 일반촬영과 달리 48프레임으로 찍은 뒤 중간프레임을 빼내 순간 정지된 듯한 느낌을 주는 것. "타락천사"는 소외된 인간과 도시문명의 이면을 그린 최신작. "중경삼림"의 세번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영화는 뛰어난 영상과 색채미학을 보여준다. 홍콩영화계 4대천왕중 한명인 여명이 고독한 킬러역을 맡고 미스 홍콩출신의 이가흔이 청부살인업자를 돕는 여성으로 변신했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청부살인업자 홍콩 아무(여명)는 동업자인 여과장(이가흔)외에는 연고자가 없다. 둘은 사사로운 관계를 맺지 않기 위해 서로 피한다. 그러던 중 여자친구를 찾아 홍콩에 온 일본 아무(금성무)가 등장,과장에게 애정을 느끼지만 그는 결국 자신이 홍콩 아무의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일본으로 떠난다. 둘 사이의 사랑을 확인한 홍콩 아무와 과장은 마지막 임무가 성공하면 돈을 챙겨 홍콩을 떠나기로 한다. 하지만 호텔에서 목표물을 겨냥하던 아무가 그만 실수를 저지른다. 최근 내한했던 신세대스타 양채니도 출연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