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비엔날레 폐막

1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베니스비엔날레보다도 세계미술창작의 조류를 점검하는데는 더큰 비중을 지닌것이 5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카셀도큐멘타"다. 첫 전시회는 당시 독일에서 열렸던 전시회중 가장 큰 규모였고 2개월동안의 전시기간중 13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았다. 전시경비는 연방정부 주정부 카세시의 보조를 포함해서 36만4,000마르크가 소요됐다. 첫회는 물론이지만 모두 적자를 냈고 유일하게 4회때만 4만1,000마르크의 흑자가 기록됐다. 48만7,000명의 관람객이 참관하고 412명의 미술가가 참가한 지난 87년 8회때는 예산이 크게 늘어 1,000만마르크가 소요됐지만 사상최대인 91만마르크라는 적자를 냈다. 그러나 적자는 슬그머니 감추어 졌다. 관람객들이 카세시에 상당한 돈을 뿌리고 갔기때문이라고 한다. 전시회무대뒤에서는 매번 조직자 선정을 놓고 싸움과 마찰이 계속됐다. 관람객들은 대부분 "주저하면서 놀라면서 낯설어하면서, 그러나 점점더 많은 것을 이해하면서"새로운 미술세계를 탐색했고 그 사이에 카셀은 세계미술의 메카로 발돋움했다. 그 시간이 40년이 걸렸다. 제1회 "광주비엔날레"가 2개월동안의 전시를 끝내고 20일 폐막된다. 13개월이라는 짧은 준비간때문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비록 학생이80%를 넘긴 했어도 당초목표였던 180만관람객유치에 성공함으로써 광주시민들은 이제 국내최초로 국제비엔날레를 개최한 뿌듯한 자긍심을 갖게됐다. 광주시가 공무원과 민간인 100여명을 투입 했다지만 예술행정전문인력및 출판홍보 전문가 매니지먼트전문가 없이 미술전문가 8명밖에 없는 상황에서 치러낸 비엔날레는 그야말로 "기적적"이란 표현이 걸맞는다. 아직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당초 예상했던 수익도 무난할것 같다니 문화예술행사는 "항상적자"라는 고정관념도 깨어질것 같다. "사회현실이나 정치와 밀접한 실제적 삶의 산물로서의 예술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지만 전반적으로 전시작품들이 난삽하고 진지함이 떨어진다"는 어느 평론가의 말처럼 작품의 질적인관리,대회운영의 미숙, 국제미술계에 대한 홍보부족 등은 숙제비엔날레로 자리잡기 위해 보완해 가야할 문제이다. 광주시민들은 "광주에 희망이 생겼다"고 비엔날레의 성공을 함께 기뻐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비엔날레가 진정 "광주의 희망"이 되게하기 위해서는 이 행사를 한서린 광주의 "씻김굿"차원을 넘어 세계적 미술축제로 승화시켜가는시민의식의 성숙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