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대통령 구속'을 보고] 타산지석삼아 책임에 충실하자

16일 전직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집행되는 사상초유의 사태를 지켜보는국민들은 만감이 교차된다. 우리네 대통령들의 말로가 어찌하여 이렇게도 비참하기만 한 것일까. 건국의 초대 대통령 이승만박사는 망명하여 죽어서 조국땅에 돌아 왔고 18년간 권위주의 통치를 했던 박정희씨는 측근의 총탄에 쓰러지고 최규하씨는 군 총칼앞에 말없이 도중하차 하고 전두환씨는 백담사로 귀양가듯 은둔생활을 했다. 이제 노태우씨까지 감옥신세가 되니 단 한사람도 좋은 끝을 보지못한 우리네 대통령 역사이다. 이것이 누구의 잘잘못이고 누구의 불행인가를 따지기 전에 반세기 짧은 기간에 이런일을 4번씩이나 보게되는 국민의 심정은 참담할 뿐이다. 이것은 한국정치사의 비극이자 한 정치인 또는 한 인간의 비극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비극이 다시는 없게 하고 이런 비극의 잠재적 요소나 가능성 마저도 배제.봉쇄해 나가는 일이 우리의 과제임을 절실히 느끼게 한다. 노씨 자신은 물론이고 그의 직계가족과 친인척, 심지어는 사돈들까지 연루되어 그 여파가 마치 시한폭탄처럼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어 놓았다. 또 그에게 뇌물을 제공한 재벌 총수들도 줄줄이 사법처리가 불가피하게 된 엄청난 회오리속에 있다. 이뿐 아니다. 정계에 미칠영향 또한 메가톤급이 아닐수 없다. 노씨의 비자금을 받았다는 정치인들 역시 온전할리 없다. 국민들은 국민들대로 좌절과 허탈감에서 일할 기력마저 잃고 있을 정도다. 우리는 이런때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려 심기 일전해야 한다. 정치인 공무원 국민 모두가 노씨의 비참한 신세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맡은바 책임을 더욱 충실히 해나가야 한다. 오늘의 이 불행을 국민 모두가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김창덕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