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선진화방안] 값싼 외자도입 규제 안풀어..문제점

재정경제원이 21일 발표한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은 외환규제 완화 과제중우선 시장에 대한 규제만을 완화한 것이다. 해외여행 경비나 송금, 해외증권이나 부동산투자등 외화의 유출입을 자극할수 있는 경상및 자본거래 관련 규제완화는 뒤로 미루었다. 전반적인 경제운용에 부담이 되지 않는 시장하부구조 부터 개선해 나가면서단계적으로 짐을 덜어 나가겠다는 수순이다. 환율변동폭 확대와 외환거래대금 결제방식 개선, 원.엔 시장 개설등이 주요골자다. 경제규모 확대와 개방화 국제화로 외화거래가 급증하고 있고 국제외환 시장의 발달로 신금융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국내 외환시장은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인접한 동경이나 홍콩 싱가폴등같은 시간대의 외환시장과 비교하면 유치단계나 다름없다. 오히려 과다한 환율규제는 국내기업과 금융기관을 보호하는 차원을 지나 환리스크에 대한 관리능력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로 현물환과 선물환을 포함한 외환거래 실적(장외거래 포함)은 지난 90년 3천6백57억달러에 불과했으나 93년엔 8천4백3억달러, 작년엔 1조달러를넘어섰다. 올상반기 동안에도 하루평균 외환거래액이 57억5천만달러(실거래일수 기준)에 달하고 있다. 금융선물 거래실적도 지난 90년 1백75억달러에서 작년엔 5백39억달러로 급증추세다. 무역거래에 따르는 결제통화도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환율규제로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이 공격적인 운용에 나설수가 없는게 현실이다. 무리한 환투기로 물의를 빚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예발목이 묶여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는게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항변이다. 환시장을 포함한 금융시장이 열리면 테크닉이 축적돼 있는 선진국의 금융기관이 차익을 송두리로 챙길수 밖에 없다는게 이들의 지적이다. 또 미국이나 유럽국가들의 의도에 따라 엔화가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데도국내에선 다른나라의 시장동향을 쳐다보기만 하는게 고작이다. 그렇다고 해서 규제를 풀면 당장 큰 혼란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작년 11월부터 하루 환율변동폭을 상하 1.0%에서 1.5%로 확대됐으나 한도를다 채워 환율이 변한 것은 단 하루뿐이다. 환율변동폭이 0.8~1.0%였던 기간(92년7월~94년10월)에는 변동한도 도달일수가 하루도 없었다. 환율변동폭을 넓혀도 별다른 파장이 없으리라는 얘기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외한시장 규제완화 조치가 뒤늦은 감이 있다는 말을 듣는 것도 그래서다. 대만은 이미 지난 82년9월부터 환율변동폭을 상하 2.25%로 확대한데 이어 89년4월부터는 자유변동환율제로 바꾸었다. 물론 하루 환율변동폭을 2.25%까지로 넓힌 것은 대만이나 일본의 사례에서도 그랬듯이 자유변동환율제로 가는 마지막 단계로서의 의미가 있기는 하다. 또 원.엔시장개설로 엔화거래가 간편해지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해외여행 경비나 송금, 기업의 외환거래에 대한 실수요증명, 개인과 기업의 해외부동산및 증권투자, 값싼 해외자금 도입등에 대한실질적인 규제완화를 또다시 미룸으로써 외환시장 규제완화는 절름발이가 되고 말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상품이 오고가는 것을 제한하면서 시장만 더 넓혀놓은 꼴이 되고 말았다는점에서다. 또 원.엔시장은 개설의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차피 국제외환시장에서의 엔.달러 환율에 따라 국내 기준환율이 결정(재정환율 방식)되는데 굳이 국내시장의 수급사정도 반영되지 못할 시장을 열어가면서 이중환율의 혼란을 겪게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기업과 금융기관들은 외환시장을 "선진화"하기 위해선 시장구조 보다 거래를 활성화시키는게 선행요건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