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Economist지] 시험대 오른 러시아 신용도

[[ 본사특약 독점전재 ]]] 러시아에서 선거철이 임박했다. 그 때문인지 올들어 9월말까지 국내총생산(GDP)의 3.6% 수준이던 재정적자가 10월에는 갑자기 8.3%로 커졌다. 하지만 러시아에는 공금융과 관련한 두가지 희소식이 전해졌다. 그 하나는 국제민간은행 채권단인 런던클럽이 러시아 부채상환재조정(리스케쥴링)에 원칙적으로 합의해준 것이다. 런던클럽은 러시아정부로 하여금 빌린 돈 3백25억달러를 7년의 거치기간을 포함, 25년동안 갚도록 양보했다. 두번째는 러시아 하원(듀마)이 22일 재무차관인 세르게이 두비닌을 중앙은행 총재로 승인함에 따라 금융정책 공백을 메울수 있게 된 점이다. 두비닌은 이달초 해임된 타티야마 파라모노바 총재서리 후임이다. 런던클럽과의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러시아는 내년에 10억-20억달러 상당의외국채권을 발행함으로써 1백90억달러로 예상되는 재정적자를 보전할 자금을싼 비용에 조달할 수 있게 됐다. 당장 유러채권 발행을 시작하는 것도 문제되지 않는다. 물론 상환기간이 연장되기 때문에 세부조건들을 마무리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며 내년 5월쯤에야 최종적으로 조인될 전망이다. 민간차관 상환시기를 재조정하는데 성공함에 따라 러시아는 7백억달러 규모의 외국정부에 대한 부채 조정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러시아가 떠안고 있는 부채는 대부분 구소련이 빌린 돈과 이에 대한 누적이자이다. 러시아가 해외금융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면 이는 러시아혁명 직전인 1917년 볼세비키당이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이후 처음이 된다. 올들어 러시아 금융과 경제는 정상궤도로 접어들고 있다. 러시아가 마침내 믿을만한 국가로 국제금융시장에 복귀한다면 쾌거가 아닐수 없다. 러시아의 국내총생산은 공산체제 붕괴후 오랫동안 감소추세를 지속했다. 그러나 지난 반년동안 경기가 바닥을 다지기 시작했다. 수출이 활기를 띄고 외자가 유입됨에 따라 루블화 가치는 5월이후 안정된 양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월중 17.8%에 달했던 물가상승률은 최근 4.7%로 떨어졌다. 앞으로의 관건은 러시아정부의 경제안정책을 의회가 적극 지지해 주느냐의여부이다. 금년 겨울은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하원의원 선거는 3주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6월에는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총선에서는 러시아 공산당이 선전하고 대선에서는 민족주의자가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발행할 유러채권은 발행시점에는 별로 매력적이지 않을 것 같다. 어떤 이들은 정치체제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걱정할 것이 없다고 말한다. 이들은 러시아정부는 92-94년처럼 루블화가 폭락하고 물가가 치솟는 사태를막으려 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또 러시아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매월 5억달러의 자금을 지원받기위해 경제안정책을 흐트러뜨리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러시아는 이 자금을 지속적으로 지원받으려면 재정.금융정책상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96년도 예산안이 타결되고 나면 러시아는 IMF측과 새 협약을 맺어야 한다. 그런데 낙관론자들은 중도적인 정치지도자들조차 배제하는 몇가지 전제를 하고 있다. 정부가 갑자기 혼란에 빠지는 일이 없고 금융위기나 체첸분쟁과 같은 돌발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전제이다. 낙관적으로만 생각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두비닌 신임 중앙총재로서는 파라모노바 총재서리가 금융긴축정책 때문에 많은 실력자들의 비위를 건드렸기 때문에 물러났다는 사실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한층 억제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지지를 얻어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엔 느슨한 금융정책을 펼침으로써 물가가 오르고 루블화 가치가 약화되는 것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지금처럼 루블화 강세와 고물가가 겹쳐 러시아 산업이 타격을 입는 사태를 방관하는 도리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가 충분해 루블화 가치를 안정시키고 외환시장에서 투기꾼들을 제압할수 있었다. 그러나 중앙은행총재가 바뀌고 하원선거가 임박함에 따라 금주부터 외환시장이 다소 동요하고 있다. ''Russia''s public finances'' Nov. 25, 1995, @ The Economist, London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