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단일통화, 밤샘논쟁...막바지 진통 .. 브뤼셀 재무회담

유럽연합(EU)의 통화통합 준비작업이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99년 1월1일을 기해 통화통합에 착수한뒤 2002년에 이를 완성한다는 원칙은이미 확정됐다. 그러나 세부사항에서 회원국간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EU 재무장관들은 27일 브뤼셀에 모여 통화통합과 관련한 세부계획을 논의했다. 다음달 중순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실행계획을 마무리하기 위해서였다. 회담은 밤 늦도록 계속됐다. 그러나 미완성인 상태로 끝났다. 통화통합에 참여할 국가 선정 시기라든지 "신통화"로 표시되는 국채 발행 의무화 문제 등에서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특히 참여국가 선정시기가 난제로 등장했다. 재무장관들은 97년도 경제지표를 토대로 참여국가를 선정한다는 원칙에는 이견을 제기하지 않았다. 문제는 선정 시기였다. 15개 회원국 가운데 14개국은 98년초가 적당하다고 밝혔다. 그런데 오직 프랑스만 97년말 참여국을 선정하자고 우겼다. 물론 선정기준은 마스트리히트조약에 명시된 그대로이다. 통화통합에 참여하려면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하, 정부부채총액을 GDP의 65% 이하로 줄여야 하며 물가 금리 환율 등도 일정수준에 맞춰야 한다. 프랑스가 97년말을 참여국 선정시점으로 고집한 것은 국내사정 때문이다. 98년3월 실시되는 총선에서 통화통합 참여 여부가 선거이슈로 등장하면 자칫 참여 자체가 불가능해질수 있다. 프랑스는 이런 속사정이 있기에 97년 경제지표 잠정치를 토대로 그해 연말에 참여국을 선정하자고 주장했다. 또하나의 쟁점은 "신통화" 국채 발행 의무화 여부이다. 프랑스는 99년 유럽통화통합 제3단계가 시작되면 통화통합 참여국들은 "신통화"로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통화통합이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독일 등 다른 회원국들은 의무조항을 두지 말자고 맞섰다. 어차피 단일화된 지폐와 동전이 유통되기 시작하는 2002년부터는 통화통합참여국들이 "신통화"로 국채를 발행하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재무장관회담에서는 통화통합에 따른 법률적 문제도 논의됐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 "신통화"에 법률적 지위를 부여할지, 통화통합 이전에 체결된 금전계약은 어떤 영향을 받는지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재무회담에서는 "신통화"의 명칭도 결정하지 못했다. 많은 회원국들은 독일이 제안한 "유로(Euro)"로 기우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프랑스는 종래 유럽통화단위로 사용해온 "에쿠(Ecu)"를 사용하자고 맞섰다. 이번 회담의 가장 큰 성과라면 테오 바이겔 독일 재무장관이 제안한 "재정안정협약"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점이다. 이 제안의 골자는 통화통합에 참여한 뒤에도 재정적자가 GDP의 3%를 초과한국가에 대해서는 일정액의 벌금을 부과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원칙"에 합의했을 뿐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재정적자 제한이 너무 엄격하다는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EU 15개국 정상들은 다음달 15일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회담에서 3단계 통화통합과 관련한 실행계획을 확정짓는다. 전문가들은 EU 재무장관들이 정상회담 직전에 미해결된 문제들을 매듭지을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재무회담에서 표출된 문제들은 기술적인 것들이다. 통화통합 일정에 차질을 빚을만큼 심각한 것들은 아니다. 다만 통화통합이 본격화함에 따라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돌출할 수 있음을 예고해 주었다. 현재로서는 마스트리히트조약에 명시된 조건을 충족해 99년에 1차로 통화통합에 참여할 수 있는 국가는 독일과 룩셈부르크에 불과하다. 97년말까지 추가로 조건을 충족할만한 국가도 프랑스 영국 정도에 불과하다. 통화통합 1차 참가국이 많지 않을 경우 "신통화"의 앞날은 밝다고 할 수 없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금융경제학자 밀튼 프리드만은 수년전 유럽의 통화통합을 "환상"이라고 말했다. 이 "환상"을 실현하기 위해 EU는 지금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