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사람들] (100) 관련기관 종사자 <4>.."3강 2약" 평가

증권감독원사람들은 스스로를 윤선도 "오우가"의 대나무에 빗대곤 한다.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하는 표현이 바로 자신들의 얘기라는 것이다. 나무도 풀도 아닌 대나무가 꼿꼿해야 대나무이듯 이들의 정식신분은 공무원이 아닌 무자본특수법인의 "회사원"이지만 의무와 책임은 공무원처럼크다. 증권관련 기관과 증시참여자 모두와의 미묘한 긴장관계나 어려운 처신도 따지고 보면 이 어중간한 위상때문인 경우가 많다. 증감원은 지난 76년 증권거래법 개정으로 증권관리원회및 증감원의 설립근거가 마련되면서 발족했다. 그전에는 증권거래소와 투자공사가 증감원역할을 맡았다. 증감원 발족멤버는 대부분 투자공사출신들이다. 그러나 증감원이 출범한 77년이후엔 모두 공채로 뽑아 실무자급에서 공채가아닌 사람은 찾기 힘들다. 그동안 증감원이 20년 가까이 증권시장의 파수꾼역할을 해오면서 얻은 평가는 "삼강이약". 일반상장기업 증권사 작전세력엔 강하고 재경원 주식시장에는 약하다는 게통설이다. 발행시장쪽에선 기업공개 유상증자 회사채발행관련 업무를 맡아 기업자금조달을 좌우한다. 또 증권사와 증권관계기관을 관리감독하고 증권시장의 질서를 잡는 유통시장의 "증권경찰"이다. 그래서 기업이나 증권사로서는 어려운 상전일수 밖에 없다. 많은 증권사들이 "업무의 효율성"을 위해 증감원국장급 출신을 감사로 모셔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작전세력들도 증감원 검사국의 일거수일투족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그러나 이같은 "막강 증감원"도 재정경제원 앞에서는 기를 펴지 못한다. 증권가엔 "증권관리위원회는 재경원의 거수기"라는 말도 나돈다. 재경원이 마련해준 안건을 놓고 증관위가 열리거나 조금만 사안이 민감해도재경원눈치부터 봐야하는 게 현실이다. 재경원의 힘은 증관위의 결의사항을 재경원장관이 뒤집을 수 있는데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게다가 증감원장은 줄줄이 재경원출신이다. 증감원이 주식시장에 약하다는 건 흡사 고양이가 쥐생각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이 역설은 진실이다. 지난 8월 동방페레그린증권 이모대의 리피살사건직후 작전세력 척결요구가 비등했을 때 백원구증감원장은 검찰의 요구가 있을 때까지 작전에 대한 특별조사등을 실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었다. "주식시장이 연초부터 침체일로여서 섣불리 칼날을 들이대기 힘들다"는 게그 이유중 하나였고 증감원전체가 여기에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증권가에서는 증감원이 주식시장에 약한 것은 증감원탓이기보다는 정부가 주가에 민감한 탓이라고 지적한다. 작전조사설만 돌면 증감원업무를 마비시킬 정도로 투자자들의 비난이 거센것도 증감원엔 부담이다. 증감원쪽은 할일은 많은 데 힘은 없다고 하소연한다. 90년대초까지만 하더라도 업계에서 증감원의 힘은 "무소불위"에 가까웠지만이젠 예전같지 않다. 증감원은 93년부터 올해까지 2백64가지의 각종 규제를 풀었다. 급속히 변화하는 증권산업환경을 따라잡으려 애쓰지만 "나무도 풀도 아닌"증감원은 불안하다. 작전세력은 날로 지능화되고 불공정거래감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요구수준은높아지고 있다. 재경원의 금융감독기관 통합추진도 운신의 폭을 자꾸만 좁힌다. 직원들의 정예화를 위해 미국등에 연수를 보내지만 우리현실과는 거리가 많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가 "수사권"을 가진 준검찰기관으로서 당당하게 "독립"해 있는 것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만 커져서 돌아온다는 게 젊은 증감원사람들의 고백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