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도 입찰 경매한다 .. 한국갤러리 국내 첫 실시

입찰제에 의한 미술품경매가 국내 최초로 실시된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국갤러리(540-2204)는 최근 국내화랑으로는 처음으로 인기있는 작고및 원로.중진작가들의 작품을 경매제를 통해 판매키로 결정,화제를 모으고있다. 이번 경매가 특히 관심을 모으고있는것은 국내 유명작가들의 작품가를 시중가격의 절반이하로 책정,실질적인 "가격파괴"가 될수있다는 점에서 여타 화랑및 작가들의 반응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있다. 또 본격적인 현대미술 경매의 출발을 알리는 행사라는점에서도 커다란 의의가 있다. 지금까지 신세계미술관 하나로화랑등에서 간헐적으로 미술품경매를 실시해 왔으나 주로 고미술및 신진작가위주의 호가경매였다. 따라서 서양화부문과 인기있는 현대작가위주의 입찰제 경매행사는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한국갤러리는 우선 4-10일 경매를위한 전시를 가진후 9-10일 양일간 구매희망자를 대상으로 입찰을 실시할 예정.경매에 나올 작품은 모두 19점이며 출품작가는 곽인식 하인두 박일주(이상 작고작가)천경자 유병엽 안병석 홍종명 이성자 이석조 김병종 정택영 조부수 이항성 이존수 강정완 윤형재 김점선씨등이다. 입찰제 경매방식인만큼 화랑이 먼저 작품의 최저가를 제시하고 그가격이상을 제시한 구매희망자중 최고가를 써낸 사람에게 낙찰될 예정이다. 예를들면 시중거래가격이 5천4백만원으로 알려진 서양화가 유병엽씨의 80호짜리 풍경화는 최저가 2천8백만원에,거래가가 2천만원인 안병석씨의 30호짜리 "자연의 본성이 가르쳐주지 않습니까?"는 최저가 1천만원에 각각 나와있다. 또 시중가 4천만원인 천경자씨의 "개구리"는 2천만원,1천2백만원에 거래되는 하인두씨의 "만다라"는 4백만원의 최저가격이 매겨져있다. 한국갤러리대표 이종구씨는 "외국에비해 그림값이 터무니없이 비싼것으로 알려진 국내미술시장에서 그동안 경매제도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왔다"고 말하고 그러나 "기존가격체제의 변화로 타격을 입게될 일부 기득권층의 화랑과 작가들의 반발로 현재까지 이렇다할 진전을 보지못해왔다"고 밝혔다. 이씨는 또"일본에서 받아들인 호당가격제는 예술성과는 무관하게 작품의 크기로만 가격을 책정하는 모순이 있었다"며 "그림값이 마치 작가의 자존심처럼 인식되는 풍토에선 미술대중화는 요원할수밖에 없다는 생각에서 이번 경매제를 기획하게됐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