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 수출산업실태] (해설) 물류/금융비용 절감'과제' 부상

무역협회가 발표한 수출산업실태조사결과는 "1천억달러시대"를 맞은 한국의수출산업이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음을 말해준다. 그중에도 가장 시급한 것은 가격경쟁력 향상 노력을 다시 한번 추스리는 일이다. 그동안 "개도국에 추격당하는 상황"으로만 인식돼온 가격경쟁력이 어느새 선진국에 비해서도 유리하지 않게 됐다는 사실은 경각심을 일깨우기에 충분하다. 특히 중요한 것은 가격경쟁의 기반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저임의 노동력이 밑바탕이 된 가격경쟁이 가능했다.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에 이른 이제는 더 이상 저임의 노동력을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물류나 금융비용 절감이 아니고서는 선진국에 비해서도 가격경쟁에 뒤처질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수출업체들이 이번 조사에서 정부의 과제로 금리 환율의 안정과 사회간접자본 확충을 꼽은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가격경쟁의 기반과 관련해서는 행정규제완화도 주요 과제가 되고 있다. 과도한 행정규제는 기업들의 수출활동에 직간접적인 비용부담을 초래한다. 가령 수출통관절차만 해도 하루면 될 일을 몇일씩 끈다면 기업들은 그만큼금리부담을 안게 된다. 이번 조사에서 행정규제완화에 대한 기업들의 평가가 만족보다는 불만이 많게 나타난 것은 정부측이 귀기울여야 할 부분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WTO(세계무역기구)체제에 대한 수출기업들의 대비태세가 취약하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국경없는 무한경쟁시대가 이미 시작됐음에도 국내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제겨우 WTO협정의 내용을 파악하는 단계이거나 아예 내용을 잘모르고 있다는 사실은 "세계화"구호가 아직 공염불에 그치고 있음을 말해준다. 가격경쟁력 약화나 WTO체제에 대한 무방비와 달리 품질이나 디자인 등 비가격 경쟁력이 향상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 특히 일부 기업들은 품질과 디자인이 선진국에 비해서도 우위에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이들 비가격 경쟁력도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열세라는평가가 절대적이어서 이 분야의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