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제조업경기 저조] 중소기업 살릴 비방 절실

중소제조업경기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은행의 10월중 중소제조업동향조사에서 중소제조업의 생산증가율이지난9월과 10월 연이어 한자리수대로 내려 앉으면서 지난해 2월이후 20개월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의 연착륙을 기대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결코 쉽게 보아 넘길수 없는징조들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7.5%로 예상했으나 민간경제연구소는 6%대로 성장률이 낮아질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상황이어서 경기의 급냉현상이 중소기업부문에서부터 먼저 나타나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지난10월 노태우전대통령 비자금사건이라는 경제외적인 돌발변수가 가세, 경기연착륙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중소제조업의 생산둔화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점이다. 올상반기에 중소기업은행이 중소제조업체들에 대해 하반기 경기전망을 설문조사할 때만해도 BSI(기업실사지수)는 3.4분기에 116, 4.4분기에 124로경기호전을 예상하는 업체비율이 각각 16%와 24% 높았었다. 특히 3.4분기보다는 4.4분기에 더욱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중소기업들이 응답했던 점을 보면 중소기업들이 느끼는 당초 예상과 현실과의 괴리감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이번 조사에 노전대통령비자금사건영향이 일부 반영되기는 했지만 이 사건이 향후 중소제조업 생산둔화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지난달말 이번 사건으로 중소기업들이 가장 많이피해를 입고 있다며 비자금사건을 조속히 마무리 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비자금파문에 휘말려 국내경제가 방향감을 잃은채 1개월이상 표류, 체감경기가 악화됐고 사채시장마저 얼어붙어 중소기업들이 돈을 빌려쓰기가 어려워졌다는 주장이다. 특히 은행들이 대출세일을 할 정도로 시중자금사정이 풍부해지면서 시중금리는 연중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금사정이 악화됐다는중소기업들의 하소연은 여전하다. 그러나 지나친 비관론에 대한 경계시각도 만만치 않다. 우선 생산증가율이 떨어지기는 8%대의 증가율이 결코 낮지는 않다는 것이다. 워낙 높은 증가율에 익숙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중소제조업체중에서도 중화학업종과 경공업종의 경기가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야 된다는 의견들이 우세하다. 하반기중 중화학공업의 생산증가율은 7월 14.7% 8월 15.0% 9월 15.4% 10월 13.3% 등으로 비교적 꾸준한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 반면에 경공업 생산증가율은 7월 6.4% 8월 6.2% 9월 4.6% 10월 2.9%등으로 계속 떨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중화학업종중에서는 기계장비업종이 10월중 21.8%의 증가율을 기록, 가장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을 비롯해 전기변환장치(18.0%) 조립금속(15.5%) 1차금속(14.6%)등도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에 의복과 모피업종은 13.0%의 생산이 감소했으며 섬유제품도 3.7% 생산이 감소했다. 이밖에 가죽 가방 신발업종도 저조한 생산증가율을 보였다. 중화학공업은 수출및 내수수요가 꾸준히 지속되고 있는데 반해 경공업부문은 선진국등 해외시장에 대한 수출부진과 저가수입품의 내수시장잠식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게 중소기업은행의 분석이다. 그러나 이같은 중소제조업내의 경기양극화가 중화학공업비중이 높아지는 구조조정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의견도 있다. 중화학업종과 경공업종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는 것은 그만큼 구조조정이 빨리 진행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소제조업 생산증가율둔화가 경기급냉의 조짐인지 또 경기양극화를 비관적으로만 보아야 할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지지 않고 있다. 일단 4.4분기동향이 나와봐야 경기연착륙 가능성에 대해 좀더 확실한 추세를 알수 있다는 견해들이다. 그러나 경기악화의 조짐이 체질적으로 허약한 중소기업쪽에서 먼저 나타날수 밖에 없는 점을 감안하면 중소제조업 생산증가율이 근래에 보기 드물게 둔화되고 있는 현상은 경기연착륙의 성공여부를 전망하는데 있어서 쉽게 지나칠수 없는 중요한 요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