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3일자) 통신협상 양허안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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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세계무역기구)주관으로 진행중인 통신시장 개방협상에서 다룰 우리측양허계획 내용이 지난 11일 제네바에서 열번째 협상회의가 개막된 것과 동시에 국내에도 공개되었다. WTO가 정식 출범하기도 전인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이 협상에는 현재 미.일.EU(유럽 연합)등 선진국과 개도국을 합쳐 모두 45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오는 15일까지로 일정이 잡혀 있는 이번 협상에 이어 내년봄 세차례의 협상모임을 더 가진뒤 4월에 종결할 예정으로 있다. 이 양허안을 토대로 정부는 장차 협상 참가국들과 다자간및 쌍무협상을 벌여야 한다. 상대국들의 공식반응이 아직 전해지지는 않았으나 기대에 못미친다고 할것 같다. 특히 어느 국가보다 개방에 적극적인 미국의 불만이 클 것으로 보이며 금후협상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정보통신부는 지난 7월초 발표한 "통신사업 경쟁력강화 기본정책방향"을 통해 "선국내경쟁 후국제경쟁" 원칙을 천명하면서 이에 따라 우선 개인휴대통신(PCS)등 여러분야 새 국내 사업자들을 대거 선정, 허가하고 뒤이어 98년부터 단계적으로 외국 자본에도 시장을 개방키로 했다. WTO에 제출된 양허계획은 이 원칙에 근거한 것이다. 정부는 원래 지난달의 9차 협상때 우리측 양허안을 제출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에 앞서 공개된 EU의 개방폭이 예상보다 큰 것으로 드러나자 뒤로 미뤘다. 좀더 시간을 갖고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제출된 개방계획은 물론 최종안은 아니다. 앞으로 협상을 통해 손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며 협상에서 쓸 숨은 카드도있을 것이다. 다만 발표된 내용만을 놓고볼 때에는 정부가 통신시장 개방에 대단히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인상을 지우기 힘든다. 예상보다 후퇴했으며 일본 모델을 많이 참고한 느낌이다. 양허 계획을 일단 제출한 이상 최대한 관철에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개방폭을 더욱 확대하고 시기를 앞당길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 상황은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많다. 가령 표면적으로는 유선전화의 외국인 지분금지를 풀어 무선과 같은 33%까지 허용했지만 한국통신공사의 경우 20%까지로 제한함으로써 실질 의미는반감시켰다. 보호가 반드시 국익에 합치한다고는 볼 수 없다. 국내는 물론 외국인에게도 보다 과감한 개방과 빠른 경쟁체제 도입이 바람직하다. 말이 선 국내경쟁이지 그 시기는 이런 저런 사정으로 지연되고 있다. 제2 이동통신이 그랬고,PCS와 같은 신규 사업도 그렇게 될 처지에 놓여 있다. 이러다간 국내-국제 경쟁을 선.후 구분없이 동시에 도입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우리는 정보통신기술에서 선진국에 한참 뒤져 있다. 표준화에서도 사정은 같다. 미국 등이 주도하는 원천개발 기술과 표준을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가급적빨리 흡수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점에서 양허계획은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