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의 삼성', 그룹내 정보흐름 왜곡시킨다 .. 삼성경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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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력에서 재계 최강이라는 삼성이 그룹내 정보흐름에 대한 자기비판서를 공개적으로 발간,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4일 "생정보 활성화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그룹내부의 권위주의가 정보흐름을 차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특히 그간 삼성그룹의 강점으로 지적돼 온 "완벽주의"나 "관리의 삼성"이미지가 오히려 정보흐름을 왜곡시키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선 그룹내부 직원과 외부전문가의 인터뷰를 통해 정보흐름이 막히는 실제 사례를 비교적 자세히 설명했다. 보고서의 내용을 요약한다.******************************************************************* "관리의 삼성"이라는 것은 조직내 감시의 눈길 상호견제가 많다는 것이다. 또 누구도 조직으로부터 무조건적인 신임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임직원들이 언젠가 한번의 실수로 자신의 위상이 무너질 지 모른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 정보보고를 했을 때 문책등의 개인적 불이익이 예상되면 실무자는 의도적으로 정보보고를 회피하게 된다. 따라서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을 일이 흔히 생겨난다. 제일모직의 위장라벨사건등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같은 의도적 정보차단은 위로 올라갈수로 심해져 임원회의때도 사장이나 회장이 의사를 표출하지 않으면 자신의 의견을 밝히지 않는 것이 관례화 돼 있다. 지나치게 관리하는 분위기에선 살아있는 정보가 올라올 수 없다. 더구나 지시사항이 아래로 내려가면서 확대 왜곡되는 경향이 있다. 중간관리자의 권위주의적인 리더십은 이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선대회장때부터 표방돼 온 능력주의 완벽주의 원칙은 실수를 허용치 않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실수도 않고 책임도 안지겠다는 수비적 행동양식(그레꼬로만형 경영)을 팽배하게 했다. 최고기업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완벽주의"를 강조하고 조직구성원간 내부 경쟁을 유발시킨다. 이는 동료나 타인에 대한 배타성을 조장해 그룹풍토를 폐쇄주의로 귀착시킨다. 결과적으로 정보공유보다는 정보보안만을 중시하는 풍토가 발생한다. 대 언론 관계에서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도 이의 부작용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