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신용은행 보유 '데이콤주 매각'] LG그룹인수 배경/의미
입력
수정
LG그룹이 데이콤의 경영권을 확보한 것은 올초 구본무회장 취임이래 일관되게 추진해온 "공격 경영"의 첫 가시적인 열매를 땄다는 의미를 갖는다. 구회장은 직할 기구인 전략사업개발단을 통해 각종 신규사업 진출에 대한 "야망"을 키워 왔다. 한국중공업 인수의사를 공식 천명한 것을 비롯해 가스공사등 국책기업 민영화 프로젝트 참여를 적극화하기도 했다. 데이콤도 물론 "사냥거리"의 하나로 과녁을 맞춰 왔다. LG는 심지어 자동차사업 진출도 타진했다. 항간에 나돌았던 LG의 기아자동차 인수추진설에 대해 구회장은 사석에서 "우리의 짝사랑일 뿐"이라고 말해 자동차사업 진출에 대한 야망 자체는 굳이 숨기지 않았다. LG가 이처럼 동시다발적으로 주요 신규사업 진출을 추진해 온데는 나름의 몇가지 이유가 있다. 최근 10여년간 새로운 사업을 개척한 것이 전무함에 따라 그룹의 외형 성장에 한계가 있었던건 물론이고 직원들의 "사기"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측면이 있다. 더욱이 현대그룹의 자동차 조선, 삼성의 반도체와 같은 "한국을 대표할만한 간판기업"이 없다는 초조감도 신규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게 한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LG의 이런 신규사업 추진은 이러저런 벽에 부딪혀 대부분 "의욕"단계에서 주춤해온게 사실이다. 한중과 가스공사 인수는 정부의 민영화 연기조치에 걸려 언제 이뤄질 수 있을지 가늠키 힘든 상태다. 자동차사업 진출도 기아의 강력한 방어벽에 부딪혀 구회장 말마따나 일방적인 "짝사랑"에 그치고 있는 단계다. LG의 데이콤 경영권 장악은 이런 점에서 그동안의 벽을 깬 "첫 전과"라고 볼 수 있다. 더구나 데이콤은 미래 정보화시대의 핵심산업인 정보통신사업자라는 점에서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공룡" 한국통신이 독점해 온 국제전화와 시내전화 사업에 뛰어든데이어 내년부터는 시외전화 서비스도 개시한다. 장기적으로는 위성계 이동통신 서비스와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등 첨단 멀티미디어통신 사업 참여도 추진하고 있다. 한마디로 멀티미디어 시대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꼽히고 있는 유망기업이다. LG가 이런 데이콤의 경영권을 장악한 것은 또다른 의미도 던져준다. 데이콤을 인수함으로써 단말기 시스템 서비스로 이어지는 정보통신분야에서의 수직일관체제를 국내기업으로는 유일하게 구축하게 됐다는 얘기다. 어쨌든 LG그룹으로선 이번 데이콤 인수로 그동안의 대내외적인 "보수 콤플렉스"도 어느 정도는 떨칠 수 있게 됐다. 남은 관심은 LG가 데이콤을 통해 어느 정도의 경영 과실을 얻어내 "야망값"을 할 수 있겠느냐로 모아지는 셈이다. 주당 13만대의 주식을 28만원이상 줘가면서 3천5백억원이상 들일 가치가 있느냐는 재계일각의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또 데이콤 경영권 장악의 여세를 몰아 중공업등 다른 신규사업에도 진출할수 있을 것인지 주목거리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