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신조류 경영 새흐름] 재계, '토요 격주휴무' "대세"

재계에 토요휴무제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주6일 근무제"를 고수하고 있는 기업들이 딜레머에 빠졌다. "대세"를 받아들이느냐, "시기상조"라는 현재의 입장을 지키느냐가 관건이다. 흐름으로만 본다면 격주방식의 토요휴무제 실시는 거스를수 없는 대세임에 틀림없다. 지난 93년 대기업중 최초로 이 시스템을 도입한 LG를 비롯, 선경 코오롱 쌍용(자동차 제외)등 10여개 그룹이 전그룹적으로 격주 토요휴무를 실시하고 있다. 한라와 한솔은 내년부터 "격주"가 아닌 "매주" 토요일을 휴무키로 했다. 주5일 근무를 제도화키로 한 것. 업종별로도 격주 토요휴무가 보편화된 곳이 적지 않다. 제약업계 이외에 섬유 조선 자동차 업계가 격주휴무제도를 속속 도입했다. 심지어 "24시간 비즈니스"를 한다는 무역업체들 중에서도 토요휴무제(LG상사.선경.코오롱상사 등)를 적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구두 악기 가구 등 중소기업계에서도 격주 토요휴무를 실시하는 업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불과 몇해전까지만 해도 외국계기업과 제약회사들의 전유물로 인식됐던 토요휴무제가 급속히 재계 전반에 뿌리를 내려가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상당수 기업들이 토요휴무를 실시하고 있는 것은 "여가시간 확대"를 바라는 종업원들의 바램과 "관리비용 절감"이 절실한 기업측 사정이 맞아떨어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유럽 등 구미 선진국들은 물론 이웃 일본에서도 토요휴무제도가 정착되고 있다는 외부 요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이 제도를 시행한 뒤 생산성이 오히려 향상되는등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렸다"는 자평을 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임직원들이 토요휴무를 휴식과 자기 계발등으로 활용하면서 충분한 지력과 체력의 재충전이 가능해 평일 근무의 생산성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토요휴무로 일반 관리비가 대폭 절감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잇점이다. 어차피 반일근무로 별 업무능률이 오르지 않는 토요일에 회사문을 닫음으로써 점심식사 제공비용 출퇴근버스 운행비 전기.수도료 등을 아낄 수 있다는 것. 그러나 토요휴무가 이같은 전향적 취지로 도입되고 있는 것 만은 아니다. 노조의 전반적인 "발언권" 강화로 "마지못해" 토요휴무를 실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구조적인 경기불황에 따라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고육책으로 토요휴무라는 "묘수"를 짜내는 기업들도 많다. 올 노사협상에서 노조측의 강력한 요구로 토요휴무를 전격 도입한 현대 기아 대우 등 자동차3사와 인건비 절감이 발등의 불로 떨어지자 그 돌파구로 토요휴무를 선택하고 있는 섬유업계가 단적인 예다. 이같은 이유때문에 토요휴무에 대해 "시기상조론"을 펴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국내 산업의 생산성 대외경쟁력 등을 감안할 때 비록 격주방식이라고는 해도 아직 이르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자동차를 제외하고는 토요휴무를 거론조차 않고 있는 현대그룹이 대표적 경우다. 현대전자의 경우 작년초 격주 토요휴무를 한때 검토했다가 "아직 때가 아니다"는 판단에 따라 "없던 일"로 한 뒤 재론이 전혀 없는 상태다. 삼성그룹의 경우도 내년부터 소그룹별로 "형편에 따라" 격주휴무제를 실시키로 했지만 내심 "탐탁지 않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삼성 관계자는 "전반적 흐름에 따라 격주휴무제를 각 소그룹별로 도입토록 했지만 무급방식을 택할 방침"이라며 "이에 따라 직원들의 여가활동 비용이 늘어나는 반면 상대적인 임금은 줄게 돼 임금인상의 빌미로 작용할 소지가 없지 않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경총의 김영배정책본부장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도입되고 있는 토요휴무제도는 근로환경이 열악한 중소기업 종사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생산성 향상이 전제되지 않는 근로시간 단축은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능력급제 도입등으로 보완하지 않으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만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