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창] 일본 백화점/양판점 "동침"..이봉구 <특파원>

다른 그룹계열의 백화점과 GMS(양판점)가 RSC(교외형대형쇼핑센터)사업을 함께 시작키로해 일본유통업계에 큰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주역은 세이부백화점(세존그룹)과 쟈스코(이온그룹)로 이들 회사는 최근 시즈오카현 하마키타시에 부지면적 10만7천여평방m 상업면적 7만4천여평방m의 "이온하마키타쇼핑센터"를 건설키로 합의했다. 97년가을 완공예정인 이쇼핑센터내에 세이부는 2만5천평방m의 백화점을 쟈스코는 2만2천5백평방m의 GMS를 각각 건립한다. 상업구역에는 전문점으로 구성된 쇼핑몰(1만8천여평방m)과 음식점가(3천8백여평)등도 들어선다. 상권인구는 1백만명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마이카족이 주대상인만큼 3천3백대의 자동차를 수용할수 있는 거대주차장도 마련된다. 양사의 이색결합은 그동안 독자적으로 RSC사업을 추진해 왔던 쟈스코측에서세이부에 동시출점을 적극 요청한 때문이다. 고급이미지를 갖는 유명백화점이 가세한다면 GMS를 중심으로한 중저가쇼핑센터란 이미지가 보완돼 고객을 끄는 힘이 훨씬 강화될 것이란 분석에서였다. 또 자체점포뿐아니라 쇼핑몰등에 입점업체를 끌어들이는데도 큰 역할을 할것이란 것이 쟈스코측의 판단이었다. 오카다 다쿠야쟈스코회장은 이를위해 2년여에 걸쳐 와다 시케아키세이부백화점사장을 설득한 끝에 마침내 세이부를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더구나 와다사장은 "앞으로도 RSC사업은 이온그룹과의 협력을 주력으로 추진해 가겠다"고까지 밝혀 다른지역으로의 진출때도 세이부의 협력을 얻을수있는 성과를 확보했다. 백화점업계로서는 처음으로 RSC에 참여한 세이부도 물론 나름대로 주판알을퉁기고 있다. 세이부는 원래 장기발전계획과 관련, 앞으로는 교외지역에 점포를 개설하는것이 유망하다는 자체분석을 해온 터였다. 세이부에 있어 "이온하마키타쇼핑센터"의 최대매력은 출점코스트가 대단히저렴하다는 것이다. 이 백화점은 총비용이 50억엔으로 평당 66만엔정도에 불과하다. 도쿄번화가인 신주쿠에 점포를 출범시킬 예정인 다카시마야가 1천6백억엔에이르는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초저코스트다. 물론 땅값이 싼데다 건물도 저층으로 세워져 단위건설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있기 때문이다. 본사와 일체로 상품을 들여오면 저렴한 상품조달이 가능하며 높은 수준의 임대료를 받을수 있다는 계산도 배경에 자리잡고 있다. GMS와의 상승작용으로 고객을 끄는 힘이 높아진다는 점을 설명하면 거래업체들이 충분히 호응해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세이부로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저코스트의 교외형점포에서 상품구성과 백화점의 고급이미지를 어떻게 절충시켜 나갈 것이냐 하는 점이다. 고급이미지만을 고집해서는 매출이 뒤따르지 않고 매출만을 생각하다가는 이미지가 무너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거래업체들과의 협상도 쉬운 일이 아니다. 입점업체들로서는 도시백화점과 같은 조건으로는 입점치 않으려 할 것이 분명하다. 본사를 통한 일괄구매로 이문제를 해결하더라도 파견사원확보나 물류체제구축등이 문제로 남는다. 교외형쇼핑센터의 경우는 평일과 주말의 고객차도 대단히 심하기 때문에 사원배치등 점포운영방법을 요일별로 어떻게 조절하느냐도 큰 과제다. 세이부가 이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경우는 교외출점을 망설이고 있는 다른 대형백화점들도 RSC사업에 적극 참여케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세이부는 말하자면 백화점업계를 대표해 큰 실험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 도쿄=이봉구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