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 이사람] 은희경 장편 '새의 선물'

신예작가 은희경씨(36)가 첫장편 "새의 선물"(문학동네간)을 내놓았다. 3,000만원 고료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심사위원들로부터 "인간성숙을 그린 뛰어난 성장소설이자 지난시절 우리사회의 모습을 실감나게 묘사한 세태소설"이라는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이 소설은 삼십대 중반의 "나"가 무궁화위성 발사장면을 보고 아폴로11호가달에 착륙하던 열두살 소녀시절을 회상하는 액자소설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국민학교 5학년짜리의 눈에 비친 이웃들은 저마다 미운정 고운정으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마스카라를 칠하고 자는 이모와 남편 죽은 뒤 외아들을 떠받들고 사는장군이 엄마, 병역기피자이며 바람끼 많은 광진테라 아저씨, 신분상승을위해 뭇남성에게 교태를 부리는 미스 리등 삶의 주변부를 기웃거리는 인물들이 오밀조밀 등장한다. 맹랑한 여자애의 시선에 포착된 이들의 삶은 풍자와 해학으로 가득차 있다. 동생을 등에 업은채 천방지축 팔방놀이를 하는 소녀와 가출을 꿈꾸면서도 버스가 떠난 다음 먼지구름속에 추연히 남아있는 광진테라아줌마의 모습등은 "눈물겨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작가는 이같은 희극적 삽화위에 겹겹의 의미망을 얹어놓는다. 황혼을 배경으로 서있는 염소와 남자의 실루엣, 하모니카 소리, "나와 같은 종류의 인간"인 그 남자 "허석"에 대한 애정을 통해 삶의 심연에서 건져올린 "건강한 사랑"을 보여준다. 그는 "소설쓰는 것은 먼저 자신의 삶을 헐어내고 거기에서 가장 정제된벽돌 한장씩을 찾아내는 일"이라며 "앞으로도 엄숙한 얘기보다 사소한 삶의이면을 드러내는 작품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59년 전북고창태생. 숙명여대국문과와 연세대대학원을 졸업했다. 그는 올해 동아일보신춘문예에 중편 "이중주"가 당선돼 등단했으며 문학동네소설상까지 차지함으로써 "대형신인"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