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빴던 1년, 재계 10대 뉴스 .. 해외투자, 규모 대형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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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이 저물어간다. 지난 한해동안 재계에는 굵직한 "사건"들이 속출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올해 재계가 치른 주요 이슈 10가지를 골라봤다. 10대 뉴스는 1. 비자금파문과 정부.재계간의 불협화음 2. 주요 대기업그룹의 총수 세대교체와 윤리헌장 제정 등 "경영 새바람" 3. 전문경영인체제 구축과 1년내내 불다시피한 "인사 파괴"바람 4. 해외 대형투자가 속출한 가운데 빚어진 "대규모 해외투자 자기자본 조달 의무화"논란 5. 반도체 공전호황속 대기업내 경기양극화 현상 등의 순으로 선정했다. 6. 외국기업 M&A와 전략적 제휴 붐 7. 현대 삼성 LG 대우 등의 신규사업 공방 8. 정보통신 진출경쟁 가속화 9. 토요휴무제 등 "삶의 질"높이기 바람 10. 노사화합 분위기 정착 등이 10대 뉴스에 선정됐다. 이들 10대 뉴스를 되짚어봄으로써 지난 1년은 물론 앞으로 재계에 더욱 세차게 몰아닥칠 "변혁"의 방향을 알아본다. ********************************************************************* 올해처럼 재계에 "다사다난"이란 말이 실감나게 느껴진 적도 많지 않았을 게다. 연초 최종현전경련회장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발언(2월)으로 빚어지기 시작한 재계와 정부간의 불편한 관계는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는 이건희삼성그룹 회장의 "북경발언"(5월)으로 더한층 고조됐다. 공교롭게도 이때마다 해당그룹들이 세무조사 신규사업차질 등으로 진땀을 흘려 정부가 유.무형의 "정치 보복"을 가한다는 구설수를 빚기도 했다. 그러나 재계의 수난은 이 정도에 그치지 않았다. 8월 안병화전상공부장관의 "원전수뢰사건"에 연루돼 대우 동아 등의 그룹총수가 유죄판결을 받은 것은 수난사의 서막에 불과했다. 10월들어 돌연 불거져나온 "노태우비자금 파문"으로 절정을 치달았다. 30대 그룹의 대부분 총수들이 적게는 5억원에서 많게는 2백억원이 넘는 "뇌물"을 노전대통령에게 건넨 혐의로 줄줄이 검찰에 불려갔다. 이중 삼성 대우 동아 등의 총수들은 불구속기소돼 법정에 서는 사태를 재현했다. 재계로서는 최대의 "아킬레스건"을 접질린 셈이다. 정부는 수세에 몰린 대기업그룹들에 "자정의지 천명"을 직.간접적으로 요구했다. 재계 총수들이 전경련에 모여 "대국민 사과선언문"을 채택한데 이어 "정도경영"을 다짐하는 재계 공통의 윤리헌장 제정을 추진중이다. 그러나 정부의 "공세"는 한층 거세지고 있다. 대기업그룹들에 "탈선단식 경영"을 강하게 주문하면서 그룹 기획조정실 기능 축소라는 카드를 들이댔다. 그에 따른 정부와 재계간의 "핑퐁성 신경전"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재계는 한편으로 정부의 "수요"도 맞춰줄 겸, 전반적인 경영환경 변화에 능동적인 대응체제를 구축도 할 겸 전문경영인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소그룹체제로의 "분할 경영"을 가속화했다. 연초 현대와 대우그룹이 "각사 회장"제도를 도입했고 삼성그룹은 총수가 주재하는 연말 사장단회의를 각 소그룹장이 이끄는 사장단회의로 대체했다. 전문경영인들이 그룹 경영을 분야별로 나누어맡는 시대가 임박하고 있음을 예고하는 징후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하다. "세대 교체"를 키워드로 하는 전반적인 사회 변혁 움직임은 재계 경영구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연초 LG그룹에 이어 쌍용 삼미 코오롱이 차례로 "총수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총수들의 세대교체는 전문경영인들에 대한 "인사 파괴"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연말 정기인사에서 40대 사장.30대 임원이 속출했다. 연공서열식 급여체계에도 "파괴 바람"이 거세졌다. 삼성그룹은 지금까지 전무급 이상 임원에 대해서만 적용해온 능력급제(일종의 연봉제)를 이사 이상 모든 임원들에게 확대 실시키로 했다. 기업들은 이같은 인적 개편으로 진열을 정비하면서 "공격 경영"의 고삐를 한층 죄었다. 현대 삼성 LG 등에서 잇달은 대규모 해외투자는 이런 흐름을 잘 보여줬다. 연초 삼성전자가 미국의 대형 컴퓨터회사인 AST사를 3억7천여만달러에 인수한 것을 시발로 LG전자는 지난 7월 미국 가전업계의 "마지막 등불"로 불리던 제니스사를 3억5천만달러에 사들여 세계를 놀래켰다. "글로벌 경쟁기반 구축"을 겨냥한 대기업들의 이같은 공격적인 해외사업은 대규모 공장건설로까지 이어졌다. 현대전자가 4월 13억달러를 들여서 미국 오리건주에 첨단 D램공장을 짓기로 했고, 삼성전자는 10월에 역시 13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텍사스주에 같은 D램공장을 건설키로 했다. 이처럼 대기업들의 해외투자가 대형화하면서 재계 일각에선 "국내산업 공동화론"이 고개를 들었다. 정부는 이런 공동화론을 업어타고 작년말 행정규제 완화 차원에서 폐지했던 "대규모 해외사업에 대한 일정비율의 자기자본조달 의무화"규정을1년도 안돼 다시 부활했다. 정부의 이 조치는 당연히 해당 기업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지만 "힘"의 저울추는 여전히 정부쪽에 기울어져 있었다. 삼성 현대 등은 정부가 마련한 "규정"에 맞춰 미국 반도체공장 프로젝트의 자금조달 계획을 다시 짜느라 한동안 사업추진에 혼선이 빚어졌다. 올 재계에 나타났던 특징적 현상중 하나는 대규모 반도체 투자에서 보여지듯 반도체산업이 공전의 호황을 구가했다는 점이다. 덕분에 삼성전자는 올 세전순이익이 사상 처음 3조원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현대전자와 LG반도체도 올해 1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이익률이 20%(현대전자의 경우 올 예상 매출은 4조원선)를 훨씬 넘어서는 "진기록"이 연출됐을 정도다. 그러나 반도체의 이같은 초호황 뒤안길에서 섬유 신발 등 "재래 산업"은 침체의 골이 깊게 패여만 갔다. 이에 따라 30대 대기업그룹들 사이에서도 반도체같은 "호황업종"을 끼고 있는 현대 삼성 LG 등이 덩치를 더욱 불린 반면 효성 코오롱 등 섬유관련 산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그룹들은 별로 재미를 못보는 "대기업내 경기양극화"현상이 심화됐다. 반도체와 함께 "황금알 산업"으로 꼽히는 정보통신 분야에서 미래의 활로를 찾으려는 대기업들의 진출 경쟁도 불꽃을 튀었다. 연초 PCS(개인휴대단말기) TRS(주파수공용통신) 등을 놓고 빚어진 대기업간 진출경쟁이 "과열"양상을 보이자 정부는 당초 연내 선정키로 했던 PCS사업자를 내년 하반기께로 늦추는 등 진땀을 흘렸다. 또 데이콤 민영화방침에 따른 지배주주 자리를 놓고 현대 삼성 LG 동양그룹 등간에 치열한 "백병전"이 펼쳐진 끝에 LG가 극적인 승리를 따냈다. 재계의 "빅4"간에 신규사업 진출경쟁도 뜨거웠다. 현대그룹은 제철, 삼성은 자동차, LG는 한국중공업등 민영화대상 중화학업종, 대우는 반도체산업을 각각 신규진출 내지 강화대상으로 결정하고 고지선점을 겨냥한 "별들의 전쟁"을 한바탕 치렀다. 기업들은 이처럼 생존을 건 사업경쟁을 치열하게 펼치는 한편 해마다 만성적인 고질로 되풀이됐던 노사분규를 올해는 거의 잠재우는 신기원을 이룩해냈다. 특히 연례행사처럼 장기간 공장폐쇄 상태를 빚곤 했던 조선 자동차 철강 등의 사업장에서 올해는 이렇다 할 파업사태가 거의 없었다. 한국경제신문사가 연중 캠페인으로 펼친 "노사불이"운동이 이같은 노사협력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세평을 받기도 했다. 노사관계가 이처럼 발전한 데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삶의 질 향상"을 겨냥한 토요휴무제 근무시간자율선택제(flexible time)등이 점차 보편화된 것과도 무관치 않다. LG그룹을 필두로 선경 코오롱 등은 전그룹차원에서 격주 토요휴무제를 제도화했고 현대 삼성 대우 쌍용 등도 올들어 계열사별로 토요휴무제를 도입했다. 또 LG와 삼성은 임직원들이 하루 8시간 근무기준 아래서 각자 형편껏 자율적으로 출퇴근시간을 정하도록 하는 파격적인 제도를 실시했다. 이처럼 올해 재계는 시시각각 급변하는 안팎의 경영환경 변화에 부응키위한 자기혁신 노력에 박차를 가해왔다. 숨가쁘게 앞을 향해 내달린 한해였다. 이 달음박질은 새해들어 더욱 가속을 붙여나갈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