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맥주 : 소비증가 한자리수 흉작에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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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맥주업계엔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큰 폭으로 늘어나리라던 맥주소비량이 기대와는 달리 한자리수에 머무는 흉작을 보였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발표하는 주요물품출고동향에 따르면 OB 조선 진로쿠어스 등 맥주3사가 올들어 지난 10월말까지 판매한 맥주는 총 1억5,198만6,800상자(500ml 20병들이). 전년동기보다 불과 4%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특히 1.4분기까지 맥주의 소비증가폭이 무려 20%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맥주3사가 올해 여름장사를 얼마나 망쳤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맥주3사는 지난해 유난히 더운 여름과 치열한 판촉활동을 벌인 결과 93년보다 13.5%가 늘어난 1억7,117만상자를 판매하는 호황을 누렸었다. 맥주장사가 날씨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지만 올해의 부진을 "온도"탓으로만 돌리기엔 내심 불안한 것이 맥주업계의 속마음이다. 업계에서는 맥주사업을 호랑이 등에 타는 것과 비유한다. 맥주는 신규진출하려면 최소한 3,000억~4,000억원의 자금이 들어가는 대표적인 장치산업의 하나다. 공장건설에는 물론 도매상과 유통망을 개척하기 위해서도 막대한 자금이 들어간다. 우물거리다가는 금융비용부담 자체를 견디기 힘든 것이다. 맥주3사가 내년도 영업성과에 사활을 걸고 치열한 대접전을 벌일 것이란 전망은 여기에 근거한다. 내년 시장을 놓치고서는 회생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마저감돌고 있다. 특히 그동안 조선맥주의 "하이트"에 온갖 설움을 겪어온 OB맥주의 대반격전이 볼만해질 전망이다. OB맥주는 최근 유병택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OB맨출신이면서 50대초반의 비교적 젊은 사장을 전면배치함으로써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보자는 것이다. 또 두산농산을 합병하고 포도주사업을 계열사인 백화에 이관하는 등으로 재무구조를 튼튼히 함으로써 싸움에 임하는 기초체력을 다졌다. 회사의 총력을 맥주사업에만 집중시키겠다는 의지다. OB맥주의 내년 마케팅전략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다면적 광고전략"이다. OB맥주는 지금까지 다양한 제품을 한꺼번에 개발판매함으로써 경쟁제품이 커질 수 있는 여지를 미리 차단한다는 멀티(다)브랜드전략을 구사해 왔다. 다면적 광고전략이란 한술더떠 각 브랜드마다 다른 광고사를 선정, 서로 경쟁시킴으로써 판매를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다. OB맥주는 최근 차세대 주력제품으로 키워온 "넥스"의 광고대행권을 금강기획으로 넘겼다. 이로써 OB맥주는 OB라거의 경우 계열사인 오리콤이, 생맥주는 맥켄에릭슨이,넥스는 금강기획이 맡는 등 제품별로 다른 광고사를 운용하게 됐다. 최상진상무는 "한 광고사가 여러제품을 맡다보면 필연적으로 약화되는 제품이 생기게 마련"이라며 "멀티브랜드전략엔 멀티대행사가 필수적"이라고말했다. OB맥주의 광고대행사로 현대그룹 계열사인 금강기획이 뛰어듦으로써 맥주3사가 모두 타그룹 광고사를 판촉전에 동원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미 조선맥주가 하이트를 제일기획(삼성그룹)에, 진로쿠어스맥주가 카스를LG애드(LG그룹)에 이미 맡기고 있었던 것. 조선맥주는 상대적으로 느긋한 입장이다. 자사의 히트상품인 하이트가 이미 시장을 선도하는 대표맥주로 자리잡은 만큼 계속 하이트로 공세를 펼친다는 입장이다. 조선맥주가 세운 내년도 하이트맥주의 시장점유율 목표는 35%다. 회사 전체로는 총 43.12%의 마켓셰어를 차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조선맥주는 비열처리맥주시장을 계속 강조하고 2002년 월드컵유치 등을 통한 스포츠마케팅 등 판촉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진로쿠어스맥주도 현재 16%선인 카스맥주의 시장점유율을 내년엔 2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