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노사협력과제와 해법] 노사관계 기상도..올해가 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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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노사관계는 어떻게 전개될까. 올해 노사관계 기상도는 여러가지 요인을 분석해볼때 노사관계를 일단흐림으로 진단되고 있다. 올해 노사관계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인으로는 우선 전국민주 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출범이 꼽히고 있다. 임의적인 협의체수준에 머물러 있던 민주노총준비위원회(민노준)가 지난해 11월 조직적 상급노동단체인 민노총으로 공식 출범하면서 민노총은올해 노동계에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로부터 법적지위를 획득하지 못했지만 민노총은 그동안 국내 노동계를 주도해온 현총련 대노협 등 대기업 노동조합을 비롯 국내 재야노동단체들을 모두 거느리고 있다. 이처럼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민노총의 출범은 국내 유일의 합법상급노동단체인 한국노총과 힘겨루기를 예고하는 것으로 올해 국내 노사관계안정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민노총이 채택한 강령을 보면 강력한 정치세력화와 노동계의 헤게모니 장악, 제반 민주세력과의 연대강화등 급진적인 정책과제들을 제시하고 있어 기존 온건성향의 노동계와 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노동자의 정치세력화 방침은 생산현장의 작업분위기를 저해할뿐 아니라 현행법상 노동단체의 정치참여를 금지하고 있어 자칫 노.정간의 충돌을 초래할 우려마저 있다. 이에따라 정부와 재계에서는 새해 노사관계악화를 크게 걱정하면서 벌써부터 민노총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경영계에서는 지난11월 민노총 출범직후 민노총을 협상상대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공식선언한데 이어 이들이 생산현장에서 과격한 노동운동과 불법행위를 자행할 경우 고소.고발, 손해배상청구 등 법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노동부도 민노총이 근로자의 복지향상등과 관련없는 정치성향문제를 들고 투쟁중심의 노동운동을 벌일경우 노동관련법에 따라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노사관계를 불안하게 만드는 또다른 요인으로는 지난해 10,11월 실시된 대형사업장 위원장 선거에서 강성으로 평가받고 있는 위원장들이 대거 당선됐다는 점을 들수있다. 노사분규 1번지인 울산의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현대미포조선 현대정공등과 노동운동의 메카로 불리는 마.창지역의 통일중공업 삼미특수강 기아정기 코리아타코마 등 대형사업장노조들이 강성인물들을 새로운 노조위원장으로 추대한 상태다. 국내노동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이들 양대지역에 강성노조위원장들이 잇따라 당선된 것은 그동안 안정국면을 보였던 국내 노사관계에 상당한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예측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특히 최근 2~3년간 실리위주의 노동운동을 펼치며 국내노사관계안정에 커다란 구심점 역할을 해왔던 현대자동차에 강성기조를 띤 노조위원장이 등장한 것은 울산지역은 물론 다른지역 사업장노사관계에도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올해 처음 무분규로 임금협상을 타결하며 울산지역 현대계열사의 잇따른 무분규타결을 선도했던 현대중공업노조의 새위원장 당선과 최근 수년간 잠잠하던 마.창지역에서의 강성위원장 등장은 앞으로 국내노사관계에 변화를 일으킬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같은 강성노조위원장들의 대거당선은 노태우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과 맞물려 산업현장에 상당한 파문을 일으킬 것이란 분석이다. 대기업 총수들이 수백억원씩 노씨한테 비자금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난만큼 상대적 박탈감에 빠진 근로자들이 과도한 임금인상을 요구할 것은 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대부분 사업장에서 2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단체협상이 올해 몰려있다는 점도 노사안정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울산지역이 의외로 조용했던 것은 산업현장전반에 노사안정분위기가 확산된 탓도 있지만 현대그룹계열사중 현대자동차를 제외한 전사업장이 임금협상만을 벌였기 때문이란게 노동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따라서 임금협상과 단체협상을 동시에 벌이는 현대중공업 현대정공 현대미포조선 등 전통적으로 강성기조를 유지해왔던 현총련사업장들이 올해에는 지난해처럼 조용히 넘어가지는 않으리란 전망이다. 그러나 이같은 전반적인 불안요인에도 불구, 전국 산업현장에 확산되고 있는 노사안정 분위기는 쉽사리 꺾이지 않으리란 전망도 만만찮게 나오고있다. 이제 상당수 사업장의 노사는 대립과 갈등관계를 완전히 청산하고 기업의 생산성향상과 국가경쟁력강화에만 신경을 쏟고 있다. 지난 수년간 극심한 노사분규를 겪으면서 대립과 갈등이 회사와 근로자들에게 아무런 이득도 가져다 주지 않는다는 교훈을 체득한 노사가새로운 노사관계정립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한햇동안 화합과 협력을 통해 생산적노사관계 구축을 다짐한 사업장이 2천7백개를 넘어섰다. 이같은 수치는 지난94년 노사화합을 선언한 사업장이 12곳에 불과한 점을 감안할때 산업현장 내부에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지난 87년 3천건이 넘던 노사분규건수도 94년 1백21건으로 뚝떨어졌으며 지난해에는 90건을 밑돌며 12년만에 처음으로 두자리수의 분규건수를 나타내는 등 노사관계는 안정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재야노동단체가 주축이 된 민노총이 근로자들의 정치세력화와 산하노조의 연대투쟁을 꾀한다해도 산업현장 전반에 흐르고 있는 산업평화의 커다란 물줄기는 되돌려 놓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노동부의 김화겸 노사조정과장은 "새해 노사관계는 어느해보다 불안요인이 많아 상당히 불투명한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산업현장 전반에 흐르고 있는 노사화합분위기가 워낙 거세 노사관계가 쉽사리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