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혁명] 위성방송시대 개막 .. '방송주권'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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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는 방송환경에 일대 격변을 일으킬 위성방송시대가 본격 개막된다. 우리나라도 이제 지상파 케이블TV와 함께 모든 공간장벽을 뛰어넘는 종합방송망 체제를 갖추게 되는 셈이다. 현재 일정으로는 오는 7월부터 위성방송 서비스가 실시된다. KBS가 국내 최초로 시험서비스에 들어가고 MBC와 SBS는 내년 1월부터 본방송에 참여한다. 대기업과 언론사의 위성방송 참여는 지난해말 정기국회에서 통합방송법이 여야합의로 폐기됨에 따라 유보된 상태지만 정부의 방침이 참여허용쪽으로 정해진 이상 커다란 수정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97년중반부터는 케이블TV와 대기업이 운영하는 민간채널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8월 발사된 무궁화호에 탑재된 중계기는 모두 15대. 이중 방송용 중계기는 3대이고 나머지는 통신용이다. 중계기 하나당 4개 채널을 쓸수 있는 만큼 총12개 채널의 방송이 가능하다. 여기에 이달안으로 발사될 2호위성까지 포함하면 모두 24개채널이 방송용으로 쓰이게 된다. 결국 오는 97년에는 현재의 지상파, 지역민방, 케이블TV에 24개 위성채널까지 합쳐져 최소한 50여개의 채널이 시청자들의 안방에 쏟아질 전망이다. 이같은 채널홍수속에서 위성방송이 갖는 매력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위성방송이 단순한 방송개념에서 나아가 방송 정보 통신이 합쳐진 보다 고차원적인 형태의 방송이 될것으로 내다본다. 위성방송이 제공할수 있는 서비스는 무궁무진하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온갖 사건과 문화행사 스포츠등을 발생즉시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다. 또 디지털 전송방식을 택하고 있어 기존의 아날로그방송에 비해 혼신 전파방해가 없는 첨단의 영상과 음향을 제공한다. 또 전국 어디에서나 지름 40cm의 소형위성안테나만 가지고 있으면 시청이 가능해 난시청지역 해소에도 크게 기여한다. 또 한반도전역은 물론 중국 연해주 일본열도를 포함한 아시아지역에서도 국내TV를 시청할 수 있기 때문에 한민족 문화공동체 형성에 큰몫을 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위성방송은 또 방송국에서 내보내는 게임.증권정보 등을 가정에서 PC로 받아볼수 있게 하는 데이터방송, 콤팩트디스크 수준의 고음질 음악방송도 가능케 한다. 12대의 중계기가 할당되는 통신분야의 변화는 한층 더 혁명적이다. 바야흐로 위성을 통한 비즈니스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그러나 위성방송 실시가 갖는 가장 큰 의미는 우리도 독자적인 "방송주권"을 확보하게 됐다는 데 있다. 그동안 스타TV CNN MTV등 외국의 거대위성방송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돼온 우리의 방송시장도 이제는 나름대로의 방어태세를 갖추게 된 것이다. 지난해말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수신가능한 해외 위성채널은 약 90개로 파악됐다. 아시아가 세계 위성방송사들의 전쟁터가 된지는 이미 오래 됐다. 미국의 CNN HBO MTV ESPN, 일본의 NHK, 영국의 BBC 등 세계 일류방송사들의 전파가 아시아의 하늘을 어지러이 날아들고 있다. 오는 2000년까지는 아시아의 하늘에 무려 120여개의 위성이 추가로 발사될 전망이어서 여기서 나오는 위성방송의 채널수만도 1,000개가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내에서 외국위성채널을 수신하는 가구는 올들어 50만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공시청 안테나의 급속한 보급률에 따라 80만가구는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외국위성방송의 안방 침투는 이른바 문화종속 우려사태까지 낳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위성방송 실시는 단순한 자국 문화보호 차원을 넘어 상호문화교류에도 커다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위성방송의 앞날은 그러나 장밋빛으로 가득찬 것만은 아니다. 결정적인 한계는 무궁화위성이 국내방송용이라는 점. 방송권역이 한반도와 중국 일본 지역을 포함한다고는 하나 송신방식이 NTSC 디지털이어서 이 방식이 아닌 인접국가에서는 해당수신기가 없으면 수신이 불가능하다. 더구나 위성방송 서비스를 수신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70만~100만원 상당의 장비를 구입해야 하므로 우리나라국민의 평균소득수준을 고려할 때 무궁화위성방송 서비스는 자칫 개점휴업의 운명에 처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또한 초기가입자가 많지 않을 경우 광고수주의 어려움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와같은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위성을 이용해 케이블TV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위성프로그램 분배망(SCN)과 위성방송공동수신안테나(SMATV)를 통한 채널보급 확대를 정책적차원에서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성방송은 여전히 매력적인 사업으로 꼽힌다. 위성방송은 영상소프트웨어시장의 확대와 첨단방송기기산업에도 연관효과를 미쳐 수조원의 신규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거대시장을 쟁탈하기 위한 다툼도 치열하다. 현재 위성방송의 선두주자는 역시 지상파방송. 뉴스 정보 등 시사종합방송과 고급문화예술.스포츠등 2개 채널을 운영할 계획인 KBS는 오는 7월 시험방송 돌입을 목표로 이미 위성전용 스튜디오 2곳의 설계를 마무리하고 제작 전과정을 디지털화한 첨단장비를 곧 발주할 예정이다. MBC는 "KBS이외의 채널은 종합편성을 금지한다"는 정부방침에 따라 내부적으로 스포츠전문채널을 운영한다는 최종결론을 내린 상태. 97년 1월 본방송을 목표로 지난해 9월 위성방송단을 출범시켰다. SBS도 오락전문채널로 참여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재방비율을 최대한 억제하고 매체특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준비에 착수했다. 남은 문제는 그동안 위성방송사업에 가장 많은 관심을 쏟아온 대기업과 언론사의 참여여부. 참여를 구체적으로 명기한 통합방송법안이 폐기된 상태지만 이미 정부가 대기업과 언론사의 위성사업참여를 전문편성에 한해 허가한다는 방침을 정한 만큼 97년까지는 민간채널의 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성방송의 미래를 불확실하게 만드는 요소는 여전히 남아있다. 엄청난 채널증가를 따르지 못하는 국내 프로그램 제작능력의 부족이 가장 큰 이유. 방송관계자들은 위성방송은 기존의 공중파방송처럼 짧은 시간에 수익성을 보장받을수 없으며 최소한 10여년이 지나야 손익분기점에 도달할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우수한 소프트웨어를 공급할수 있는 제작수준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