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칼럼] 남을 헤아리는 마음 .. 황인길 <아남산업 사장>

"자일 기서호 기소불욕 물시어인" 이말은 논어의 윙령공편에 나오는 말로써 자공이 평생의 신조로 삼고 실천할 것이 무엇인가 하고 묻자 "공자가 말하기를 그것은 서라는 것이다.내가 바라지 않는 일을 남에게 시키지 않는, 즉 남의 마음으로 내마음을 삼는 것이다"라고 했다. 약 2500년전의 공자의 가르침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요즈음같이 깊이 와 닿는 때도 없는 것 같다. 그것은 아마 요즈음의 사건, 사고의 원인이 남의 마음을 헤아리는 넓고 깊은 정신적 여유가 부족해서였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보다 장기적 안목으로, 보다 인간과 환경을 생각하고, 이기적 타산성을 양보했던들 그런 일이 벌어졌겠느냐는 것이다. 항간에는 성장위주의 경제정책 때문이니 산업화 민주화과정에서 필수적으로겪는 현상이니, 또는 우리나라 사람의 기질때문이니 하는 자조반 자위반의 분석아닌 분석으로 치부해 버린다. 하지만 그러한 핑계에 전적으로 동의할수 없는 것이 세계의 여러 국가와 민족을 살펴보더라도 이렇게 성공과 실폐가 교묘하게 얽혀 있다가, 창과 방패의 모순처럼 일시에 불거져 나오는 역사적 전례도 없었지 않나 하는생각때문이다. 이미지 한근이 실적 백근과 맞먹는다고 한다. 타인에 비쳐진 그동안의 나의 이미지가 과연 몇근의 실적을 그냥 덤으로 얻을수 있을까를 수시로 점검해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유명한 경영 컨설턴터인 스테판 R.코비는 "The 7 habits of highly effective people"이란 책에서 자신에 대한 상대방의 감정계좌에 적자가 생기기 전에 대화를 통한 이해와 설득, 사과와 인정을 통해서 신뢰관계를 구축해 나가기를 권하고 있다. 비단 개인과 개인간의 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개인과 조직, 국가와 국가간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세계 각국의 언론들이 작년 한해의 큰 뉴스거리로 우리의 치부거리를 상위권으로 삼았으니 우리에 대한 그들의 감정계좌는 이미 한참 마이너스일지도 모른다. 우리라고 어찌 그들이 부러워하는 장점이 없겠냐마는 이 모두가 그동안 남을 헤아리는 우리의 마음가짐이 부족했던 결과이니 앞으로 플러스로 전환시키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새해가 밝았다. 병자년인 올해는 사회의 지도급 위치에 있는 이들이 먼저 베푸는 푸근한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다만 한가지 경계해야 할 것은 자기 자신만이 남의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을지녔다는 과신으로 인하여 지나친 독선에 빠지는 과대망상일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