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동남아] 아세안, 국가안보 조화/지역연대 강화

번 나가라 구 소련의 붕괴는 최근 몇년새 나타난 세계정세변화중 가장 큰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양극체제의 붕괴는 냉전체제하의 유럽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을 뿐아니라 동아시아에서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인도차이나의 사회주의국가들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을 겨냥해 개방정책을 펼친것이 그 변화라고 할수있다. 중국은 경제개혁및 근대화를 향한 큰 걸음을 내딛고 있고 태평양 건너편 국가들과도 과거와는 달리 경제유대강화에 열중하고 있다. 전략적 동맹관계란 진부한 얘기처럼 치부되고 있다. 그리고 지난날의 동맹국들과의 안보협력이란 것도 의미가 퇴색해졌다. 그러나 믿기 힘든 또다른 "변화"도 있다. 한반도와 남중국해에서 언제 충돌이 발생할지 모른다고 얘기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는 과장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대만이 무모한 정책을 취하지 않는한 대만등에 대한 "중국의 침략위협"도 알려진 것보다는 적다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인도차이나국가들의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으로의 방향수정은 적절한 결정이었다. 그것은 아세안이 이 지역의 가장 중요한 기구임을 다시 한번 인식시켜줬으며 인도차이나의 장래에 밝은 전망을 가져다 주었다. 그것은 기존 회원국들사이에 연대의식을 새롭게 일깨워주기도 했다. 태평양지역에 새롭게 형성돼가는 질서속에서 미국이 중국을 어떻게 다루느냐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변수이다. 잠재력으로 평가할때 중국은 일본보다 뛰어날수도 있다. 중국과 미국은 경제적으로도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으며 평화와 안보상의 정치적 또는 전략적 공통점도 갖고있다. 베트남은 중국과는 남중국해에서 국경문제로 오랜동안 마찰을 빚어왔다. 이같은 현 상황에서 아세안이 취할수 있는 대안은 결속을 강화하고 기존 국가안보정책외에 지역안보정책을 추가로 구상하는 것이다. 이는 동남아내에서 안보위협에 대한 인식의 질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아세안이 이제 충분히 조직의 틀을 갖추고 성숙했기 때문에 지역안보정책의 주된 목적은 이 지역의 개별적인 국가안보정책들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서로 다른 국가적 관심사가 하나의 지역조직안에서 조정되고 공감대를 넓혀가는 것은 아세안의 본래 설립취지와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다. 아세안의 지역안보정책은 Tac (우호및 협력조약)나 Zofpan (평화 자유 중립지대)을 보완하게 될 것이다. 또 동남아국가 모두에 똑같이 필요한 안정과 번영이란 목표를 달성하는데 도움이 될뿐 아니라 동남아핵무기금지지대와 같은 것의 탄생도 기대할수 있게될 것이다. 그것은 기존 개별 국가안보정책 이상의 것이 될 것이며 패권주의와 같은 대외안보정책과는 다른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