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특강] 기업의 지배구조 .. 선우석호 <홍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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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석호 기업을 흔히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글로벌경쟁이 심화되면서 기업의 중요성이 정치 사회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기업을 누가 지배하는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누가 어느정도 영향을 가지고 참여하는가에 대한 관심도 함께 증대하고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기업을 계약이나 거래로 이해하든, 의사결정과정을 강조하든, 또는 결과를강조하든간에 기업을 해석하는 다양한 시각들의 공통점은 복수의 이해관계자가 기업이란 매체를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를 형성한다는 점이다. 이해관계들은 상호 중요도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이해가 우선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이해가 우선된만큼 어떤 책임을 져야하는가가 이해당사자간에 합의되고 대외적으로도 공신력있게 용인되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관계는 장기간 지속되거나 지속되도록 협의 조정되어야 한다. 이와같이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관계를 결정 조정하는 제도와 기능을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 System)라 한다. 기업지배구조는 넓은 의미에서 기업의 이해관계자 집단들, 즉 주주 경영자종업원 채권자 거래기업 고객 잠재적투자자 심지어는 지역사회까지를포함하는 다양한 경제주체들의 이해를 원활히 조정하고 기업경영과 활동을 적절하게 규율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이해관계자들을 기업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이해당사자들로 보다 좁게 인식하여 협의의 기업지배구조로 정의하고 있다. 협의의 기업지배구조는 경영자를 임면하고,경영자의 행위나 활동을 감시 감독하는 기업의 내부조직과 제도, 그리고 자본시장을 포함한 기업외부의 조직과 제도로 정의된다. 따라서 협의의 기업지배구조는 크게 다음의 세가지 요소를 포함한다고 할수 있다. 첫째 기업내부 통제기구로서 이사회와 감사제도가 있다. 이사회는 내부이사와 기업경영에 깊이 관여되지 않는 외부이사(outside directors)로 나누어 볼수 있다. 외부이사는 경영진의 행위를 감시하는 수동적인 활동을 해왔으나 80년대이후 구미에서는 그 기능이 확대되어 이사회내의 하부기관인 경영자 보너스를 결정하는 보수위원회나 감사를 맡는 감사위원회등을 장악하여 이와관련된의사결정의 중립성을 보장하는데 기여하여 왔다. 둘째 기업내부의 경영자들이 행하는 행위와 의사결정을 감시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주주, 특히 내부대주주와 외부대주주및 외부소액주주들의 활동이 있다. 주주총회에서의 소액주주들이 위임장경쟁을 통해 경영진의 독주를 막는다든가 법인의 이익을 경영자가 훼손하였을 경우 이를 제재하기 위해 외부주주들의 대표소송(derivative suit)을 한다든가 하는 행위가 이에 속한다. 셋째 기업내부의 현 경영자들을 교체하거나 경영권을 박탈하려는 합병 매수와 같은 기업외부의 자본시장의 규율도 기업지배구조를 구성하는 중요한요소이다. 이렇게 경영권이 거래되는 시장을 기업지배권시장(Corporate Control Market)이라고 하는데 이 시장은 경영진의 잘못된 경영으로 기업이 어려움을 겪을때 이 기업이 파산에 이르기전에 다른 효율적인 경영진에 의해경영권이 이양됨으로써 소액주주를 보호하고 경제혼란도 방지할 수 있는 순기능을 가진다. 이와같이 기업지배구조는 주주들이 경영자 임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경영자의 의사결정을 감시 감독하며 이들의 성과와 연계하여 보상을 실시할 뿐 아니라 경영진까지도 교체할수 있는 내.외부의 감시메커니즘을 규정한다. 왜 이같은 제도가 필요한가. 그 이유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자신 몫(claims)의 가치가 유지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자신 몫의 가치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기업가치가 극대화되어야 할 뿐 아니라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자신의 몫을 탈취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효율적인 지배구조는 외부이해관계자들의 감시욕구를 가장 낮은 거래비용으로 해결해주는 제도인 것이다. 둘째로 기업가치가 극대화된다해도 반드시 자기 몫이 보존되는 것은 아니다. 즉 자신의 몫이 다른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탈취당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예로서 경영진들이 자신들의 특별보너스로 엄청난 보상을 가지고 간다면 배당은 줄게되고 주가는 하락하게 된다. 외부대주주들은 기업가치증가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셈이다. 이와같이 대부분의 재무의사결정들은 이해관계자들의 몫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중요한 재무결정에 한해 이해관계자간에 조정 합의가 용이하게 이뤄질수 있는 효율적인 지배구조가 필요해진다. 이제 우리는 위에서 설명된 세가지 지배구조유형, 즉 이사회 주주활동 합병.매수시장등이 기업가치극대화와 몫의 유지를 위해 실시가능한 효율적 제도들임을 알 수 있게 되었다. 80년대 이후 소유와 경영이 잘 분리된 구미의 기업들이 외부이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합병.매수시장을 통해 감시비용을 낮추려고 했던 것은 바로 시장감시에 보완적인 매우 잘 기능하는 감시메커니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80년대에서 90년대 초반까지 미국의 기업들은 지배구조의 발전을 도모했고이에 힘입어 상당히 많은 분야에서 일본이나 독일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었다. 즉 기업의 지배구조는 그 기업의 경영효율성과 나아가서는 국제경쟁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기업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으로 인식되는 시대에 기업경쟁력의 강화를 위한 기업지배구조의 발전모색은 21세기를 향한 모든 기업들의 우선적인 과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