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1일자) '세일제한' 폐지 빠를수록 좋다

시장경제란 한마디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정해지고 그런 가격을 중심으로 굴러가는 경제다. 그리고 그와 같은 시장경제의 생명은 자유경쟁이다. 여기에 "공정경쟁"이란 단서가 첨가되지만 그것은 자유경쟁에 제약을 가하려는 취지에서가 아니라 자유경쟁을 보다 완벽하게 창달하기 위해서다. 즉 경쟁제한 행위를 다스려 완전 경쟁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백화점은 시장경제의 작동과 발전을 가장 상징적으로 설명해주는 수요-공급의 매개장소라고 할수 있다. 상품의 생산자와 소비자를 잇는 유통시장으로서 잡다한 재래시장과 더불어 시장경제가 살아 숨쉬는 현장이다. 이젠 시민생활에서 빼놓을수 없는 공간이 되어 있기도 하다. 그런 백화점에 "희한한"규제가 당연시돼왔다. 이른바 세일기간 규제라는 것이다. 여기서 희한하다는 표현을 쓴 것은 정부가 이번에 세일기간 제한의 점진적 폐지방침을 밝히면서 곁들인 배경설명이 기가 찰 내용이기 때문이다. 통산부는 지난 19일 현재 연간 60일,1회 15일로 제한돼 있는 백화점의 세일기간을 올 하반기부터 90일로 늘리고 1회 기간제한을 폐지하는데 이어 내년부터는 업계자율에 맡길 계획이라고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물가안정과 소비자 편의를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는 정부 자신이 물가안정과 소비자편의에 역행하는 시책을 고집해온 셈이나 다름없으니 이 얼마나 희한한 일인가. 세일기간 제한에도 나름대로 이유는 있다. 과거에는 물론이고 지금도 찬반 양론이 있다. 특히 세일이 선진국의경우처럼 재고정리가 아닌 기획상품판매,혹은 경쟁적인 충동구매유발과 같은 폐해를 노출함으로써 건전한 유통질서확립과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규제가 오히려 정당화되는 측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말하자면 그것은 백화점 스스로가 자초한 규제였다. 지금도 당국내에서는 물론 백화점과 기타 중소상인,심지어 소비자단체간에도 이견이 분분한 것으로 들린다. 다만 이번에는 주무 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가 규제완화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룰 모양이어서 폐지쪽으로 결론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리는 세일기간 제한폐지는 빠를수록 좋고 이번 기회에 완전 폐지함이 옳다고 생각한다. 담합과 같은 불공정거래의 일부로서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초래할 행위가 아니라면 업계의 자율적 기간제한까지 막을 필요는 없지만 그 역시 바람직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이런 제한은 매사를 규제하려는 정부의 습성과 기업이 그와 같은 획일성 규제에 안주해온 결과이다. 게다가 조그마한 폐해나 일시적 부작용에도 참을성 없이 신경질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선진적인 변화를 거부해온 결과이다. 유통시장 개방으로 1년내내 염가판매를 하는 대형 할인점이 등장하는등 큰 변화와 더불어 경쟁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이제는 시대착오적인 세일기간 제한 같은 규제는 정부가 앞장설 일이 아님은 말할것도 없고 업계 자신도 취할 일이 아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