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자치정부 탄생 .. 독립국가 초석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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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실시된 팔레스타인 선거로 자치정부가 탄생됨으로써 지난 50여년간 난민생활을 해온 팔레스타인이 독립국가의 초석을 세우게 됐다. 이번 선거는 야세르 아라파트 PLO(팔레스타인해방기구)의장이 88.1%의 압도적인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되고 의회선거에서도 그가 이끌어온 파타계열이 압승함으로써 아라파트의 대이스라엘 평화공존노력이 민주적 정통성을 부여받았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수 있다. 특히 이번 선거가 아라파트의 온건한 평화협상에 반대하며 이스라엘인들을상대로 테러를 일삼아온 회교 과격파와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자체를 반대해온 이스라엘 소수파들에 대한 양측 대다수 국민들의 승리란 점에서 아라파트는 앞으로 그의 평화정책을 강력히 추진할수 있는 원동력을 얻게됐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에게는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난제들이 산적해 있어 앞날을 가늠하기 힘들다. 그중 내부결속을 통한 정치적 안정을 달성하는 것은 시급한 문제다. 아라파트진영으로 투항을 거부한채 총선참여를 포기한 이슬람 과격파 "하마스"등 강경세력들을 끌어 안지 않는한 중동평화에 불씨는 여전히 남게된다는 지적이 바로 그것이다. 하마스는 이번 선거가 끝난뒤, 자치지역외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이 3백만명에 달하지만 이번 선거에 참여한 사람은 전체 팔레스타인인들의 20%에 불과하다면서 아라파트의장측에 이번 선거결과를 반대파를 탄압하는데악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팔레스타인의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는 것도 절박한 문제로 거론된다. 팔레스타인은 가자지구의 실업율이 60%에 이르는등 자치구역 전체가 높은 실업에 허덕이는데다 산업자본형성은 커녕 생필품조달도 힘든 상황이다. 최근 평화무드를 바탕으로 올 한해 8억6천만달러를 지원키로 한 팔레스타인지원국회의와 이스라엘, 세계은행 중동개발은행등 국제기구들이 이 지역에 대규모 프로젝트를 잇따라 계획하고 있으나 이들 사업이 어느정도성공을 거둘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특히 이들이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인프라확충사업이 종료된다해도 이스라엘이 의존적인 경제구조로부터 벗어나지 않고는 경제독립이 불가능하다고 할수 있다. 오는 5월 시작될 요르단강서안및 가자지구의 최종지위에 관한 이스라엘과의협상도 중요한 변수다. 이번 협상에서 팔레스타인은 독립국가성취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이스라엘은 자치정부상태의 계속 유지를 희망하고 있어 쉽게 타결될 가능성이 희박한것은 물론 어렵게 쌓아놓은 평화마저 강경세력에 의해 한꺼번에 무너질 우려도 있다. 이밖에 타결가능성이 보이지 않고 있는 동예루살렘분할문제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를 연결하는 도로망 건설문제, 인근 아랍국가들에 흩어진 난민들의귀향문제등도 넘어야할 장애물이다. 독립국가로 향하는 팔레스타인의 앞날에 깔린 이같은 과제들을 해결하는데지난 94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아라파트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한 몫을 차지할 것임은 물론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