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시론] WTO출범 1년 .. 김은상 <무협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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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세계무역기구)가 출범한지 벌써 1년이 지났다. 발족당시 76개국에 불과했던 회원국이 이제는 112개국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지난 1년동안 각국은 WTO협정상의 의무인 수입규제의 폐지, 관세인하, 그리고 WTO 각 협정의 국내법화 등을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역시 일부 관세를 조정했고 반덤핑법 등 40여개의 법률을 개정 또는 제정하는등 WTO협정을 이행하기 위한 조치를 충실히 취하고 있다. 앞으로도 WTO협정이 완전히 이행되려면 분야에 따라 짧게는 3년, 길게는 9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지만 출범 1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세계무역질서가어떻게 달라졌는지 평가해보는 것도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라 아니할수 없다. 우리는 WTO시대가 오면 우선 기업활동에 대한 각국 정부의 간섭이 획기적으로 축소되어 이른바 무한경쟁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며 국가간의 무역분쟁도 종전처럼 강대국의 힘에 의해 좌우되기 보다는 WTO의 분쟁해결 절차를 통해 합리적으로 해결되고 그에 따라 미국이 전통적으로 시장개방 압력수단으로 활용해왔던 슈퍼 301조에 의한 일방적 조치는 그 입지가 훨씬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를 해왔다. 그러면 과연 WTO출범 이후의 세계 무역질서는 우리가 기대했던대로 가고 있는가. 먼저 각국의 수입자유화 현황을 보면 미국의 경우 과거 수십년간 부당한 수입제한이라고 비난을 받아왔던 낙농품 면 설탕 땅콩 쇠고기등 6개 품목의수량제한을 철폐했다. 일본도 밀 보리 일부 낙농품 등에 대한 수입쿼터를 해제했다. 이밖에도 EU(유럽연합)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개도국도 약속한 수입자유화를단행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수입자유화 조치중 아직 우리나라의 직접적인 관심품목은 별로없지만 앞으로 3년내에 모든 수입제한을 없애야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주요 관심품목에 대한 규제도 금년중에는 상당수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국가간 무역분쟁이 이제는 본격적으로 WTO 분쟁해결절차를 통해 해결되고 있다. WTO 출범후 1년간 분쟁해결기구에 기소된 분쟁은 수입농산물 검사제도,식품유통기한, 먹는 샘물 등 한국 관련 3건을 포함하여 모두 21건에 달하고 있다. 이는 과거 47년간의 GATT체제에서 연평균 제소사례가 4건,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하여 무역분쟁이 많았던 1989년 이후부터 1994년까지의 연평균 제소가 8건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변화가 아닐수 없다. 한편 우리의 최대 관심사였던 미국의 슈퍼301조가 여전히 없어지지 않고 있지만 이 조항에 의한 일방적 무역조치의 가능성은 예전에 비해 상당히 약화되었다고 할수 있다. 이는 회원국간 WTO협정 관할분야의 무역분쟁은 WTO의 분쟁해결절차에 따라해결해야 하며 이에 따르지 아니한 일방적 제재조치를 금지(23조)하고 있어미국을 포함한 모든 회원국이 이를 준수해야 하므로 결국 슈퍼301조에 의한미국의 일방적 보복조치는 미키 캔터 USTR대표가 밝힌 것처럼 WTO관할외의사항(예:노동-경쟁정책)과 WTO비회원국에 대해서만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기때문이다. 미-일 자동차분쟁의 경우 미국의 슈퍼301조에 의한 일방적 제재결정이 부당하다며 일본이 이를 WTO에 제소하였고 그에 따라 미국이 보복조치를 강행하지 못한채 결국 일본과의 타협으로 문제가 해결된 것이 그 좋은 예이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WTO가 탄생한지 불과 1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간각국의 노력으로 점차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할수 있다. 더구나 WTO는 회원국의 무역장벽제거등 협정이행 상태를 철저히 점검하고 있고 또한 각국의 무역정책 및 제도를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므로 해가 갈수록 그 성과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에 따라 기업은 보다 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지만 시장이 넓어지는 것은 곧 경쟁도 그만큼 심화되는 것을 의미하므로 우리의 국제경쟁력 강화가 더욱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