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5일자) 기술담보제가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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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입국을 외친지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동안 기술은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고 기술만으로 은행돈을 빌릴 수도 없었다. 그런데 이제 좋은 기술이 있으면 그것을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을수 있는 시대가 열리게 됐다. 국민은행은 신용평점 60점 이상인 중소 제조업체에 특허권을 담보로 보증없이 최고 10억원까지 대출해주는 기술담보 대출제를 3월2일부터 시행한다고발표했다. 또한 우수기술및 신기술 보유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기술력 평가배점을 종전의 5점에서 40점으로 확대하고 시설자금은 업체당 10억원, 운전자금은 5억원 이내에서 소요자금 전액을 지원키로 했다. 신용평가 평점이 90점 이상인 우량기업에는 1억원까지, 80점 이상인 기업에는 5,000만원까지 무보증 신용대출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민은행의 제도개선은 기술은 있으나 담보력이 없는 기업과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받는 기업에 희소식이 아닐수 없다.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흔히 자금난으로 설명되고 있지만 근본 원인은 경쟁력이 없다는 점이다. 경쟁력약화는 이렇다 하고 내놓을 만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능력이 없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그것은 또한 낮은 기술력에 기인한다. 이렇게 볼때 중소기업은 낮은 수준의 기술때문에 어려움을 맞고 있는 것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누구나 기술의 중요성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당장 자금난 인력난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기가 쉽지 않은 터에 기술개발에 주력한다는건 쉬운 일이 아니다. 기술개발에 많은 힘을 쏟고나서 생산단계에 들어서면 그동안 투입된 비용과이미 바닥이 난 담보능력으로 더이상 대출을받지 못해 쓰러지는 경우도 많았다. 이제 기술담보 대출제가 비록 작은 발걸음을 내디뎠지만 기대는 작지 않다. 기술담보 대출제가 성공하려면 첫째 이 제도의 근본 목적이 중소기업의 자금난완화인지 기술개발 촉진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두가지를 따로 뗄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무게중심이 기술개발에 실려져야 할 것이다. 둘째 기술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과 방법이 분명해야 한다. 생산기술연구원, 중소기업진흥공단등 특허기술 평가기관 또는 국민은행이 기술성 검토결과 기술성과 사업성을 인정하고 특허권을 담보로 잡는다고 하지만 기술성과 사업성을 어떻게 인정하느냐에 문제의 초점이 있다. 셋째 특허권담보 대출이 부실화되었을때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요건에 맞춰 제대로 대출된 것이라면 취급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했지만 요건에 맞았는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다를수 있다. 예컨대 기술성과 사업성 평가를 잘못 했다는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있다면책임을 면하기 위해 기술평가를 낮게 할 가능성은 있는 것이다. 넷째 특허권이 없는 우수기술 보유업체의 자금지원은 결국 기술이 아닌 다른 담보 또는 보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현재와 같이 담보능력 부족문제는여전히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은행의 기술담보 대출제도는 중기의 어려움을 금융기관이 구체적으로 풀고자하는 중요한 변화라는 점을 평가하며 모든 금융기관의 동참을 촉구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