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위기 극복했다"..서울라디에터, "인질경영"으로 급성장

경영난으로 부도위기에 몰렸던 중소기업이 한 컨설턴트를 전문경영인으로 영입, 신선한 경영기법을 통해 알짜기업으로 탈바꿈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화제의 기업은 반월공단에서 자동차부품인 라디에이터를 만드는 서울라디에터공업. 이 회사는 "인질경영"이라는 독특한 경영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인질경영은 사람의 품질을 향상시킨다는 것을 골자로한 독창적인 경영기법이다. 서울라디에터는 90년대 들어서면서 판매부진과 노사갈 등으로 어려움에 봉착했다. 3년연속 적자로 재무구조가 극도로 악화돼 92년엔 매출 42억원 누적적자 18억원에 달하는 재기불능의 늪에 빠졌다. 임금과 상여금을 주지 못해 사기가 땅에 떨어졌고 노사간엔 불신으로 가득찼다. 금융기관마저 대출을 중단했다. 극한 상황에 몰린 오너 백봉현사장은 마지막 수단으로 경영컨설팅을 받기로하고 수소문한끝에 이종수정훈산업컨설팅소장을 초대, 경영진단 및 종업원 의식개혁강연을 요청했다. 이씨의 강연을 들은 백사장은 "그렇다면 말로만 말고 당신이 직접 회사를 살려보라"고 요청했다. 이씨는 "내가 살려볼테니 대신 경영전권을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백사장은 그를 전무로 영입하며 법인인감부터 당좌수표책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위임했다. 사장은 출근은 하되 경영에 간섭하지 않기로 했다. 이씨가 가장 먼저 착수한 일은 노조와의 대화.조직을 활성화시키지 않으면 회사를 소생시킬수 없다고 판단해서이다. 노조간부들과 마주앉아 나를 믿고 다시 한번 뛰어보자고 설득했다. 자신이 먼저 집문서를 회사에 갖다 넣을 테니 평소 회사를 위한다고 자부해온 당신들도 구체적인 성의를 표하라고 요구했다. 이씨의 구사의지가 말뿐이 아님을 감지한 노조원들은 임금동결을 약속했고 위원장은 시골의 땅문서를, 부위원장은 전세문서를 들고 회사살리기에 동참했다. 그는 자신의 지론인 인질경영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는 근로자와 경영자의 의식을 개혁, 사람의 품질을 높임으로써 경쟁력을 갖추자는 것을 골자로한다. 구체적으로 의식을 바꾸는 대대적인 정신개조교육 수직 수평간의 신뢰성구축을 위한 열린 경영체제구축 공익적 노사관계정립을 통한 노조주도형 공장개선운동 신바람나는 기업문화운동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인질경영은 이씨가 오랜 실무경험과 연구를 통해 독자적으로 터득한 것이다. 그는 기영산업 화천프레스 성일금형 대성엔지니어링 등 중소기업에 20년이상 근무하며 몸으로 터득한 경영기법과 하와이주립대 경영대학원에서의 이론공부를 접목시켜 독창적인 기법을 만들어냈다. 기업은 곧 사람이고 사람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수 없다는 것을 경영에 도입한 것이다. 이씨가 전문경영인으로 참여한뒤 종업원들은 기업이 살아야 내가 산다는 평범한 진리를 터득, 품질과 생산성향상과 신제품개발에 발벗고 나섰다. 그 결과 지난해엔 매출이 1백45억원으로 92년의 3.2배로 늘었으며 흑자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이 기간중 인원은 1백26명에서 99명으로 줄어 1인당 생산성은 4배이상 증가했다. 그는 말로만 컨설팅을 하는게 아니라 현장에 직접 뛰어들어 경영을 위임받아 실천에 옮기는 독특한 방법을 사용한다. 또 경영이 정상화되면 더 해달라고 붙잡아도 미련없이 훌쩍 떠난다. 자신을 더욱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이 기다리고 있어서이다. 그동안 어려운 중소기업에서 실비만 받으며 컨설팅을 하다보니 돈도 벌지 못했다고 한다. 간혹 파격적인 컨설팅료를 제시하는 대기업도 있으나 기업을 회생시키는 보람으로 살다보니 여태 중소기업만 전전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