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산혁명] (44) 삼보컴퓨터 안산공장..'국제경쟁력 추구'
입력
수정
경기도 안산시 반월공단내 삼보컴퓨터 공장. 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액은 불과(?)4천3백94억원.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굴지의 전자업체의 매출액에 1/10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이 회사는 국내업체뿐 아니라 IBM 휴렛팩커드 등 세계적인 PC(개인용컴퓨터)메이커들이 할거하고 있는 국내 컴퓨터시장에서 당당히 시장점유율 1~2위를 다투고 있다. 지난 80년 자본금 1천만원에 5명의 직원들로 출발한 짧은 역사에 비하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비결은 제조현장인 공장혁신에서 비롯된다. 이 공장의 정문에는 "95년은 Q.C.D.경쟁력 완성의 해"라는 큼지막한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품질(Quality) 비용(Cost) 납기(Delivery)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진 선진업체로 발돋움하자는 얘기다. 이 공장은 먼저 공정 리드타임을 단축해 적기에 제품을 내놓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이를 위해 불필요한 공정을 줄이거나 아예 없애 버리는 조치를 단행했다. 완성된 컴퓨터를 켜 놓은 상태에서 하루나 이틀간 프로그램을 작동시켜 제품의 이상유무를 검정하는 "에이징공정"을 단 2시간으로 과감하게 줄였다. 물론 품질에 자신이 없으면 취할 수 없는 조치다. 이 공장은 이어 PC의 핵심부품인 마더보드(MB)를 섭씨 50도의 온도에서 24시간 가열시키는 번인(Burn-in)공정을 없앴다. "컴퓨터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관건은 시장수요 곧 소비자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파악해 가능한한 빠른 시간내에 신제품을 내놓을 수 있느냐 하는 것"(류기철생산기획부장) 이 공장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PC를 공급받는 IBM에서도 처음에는 불량이 발생할 수 있다며 검사시간을 줄이는 데 반대했다. 그러나 지금은 품질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면서 리드타임이 짧아진 데대해 만족을 표시한다. 유부장은 이에 대해 "납품업체와 유기적인 협조아래 품질완벽에 만전을 기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대만의 PC메이커들도 아직 시도하지 못한 과감한 공정단축"이라고 말했다. 짧아진 리드타임을 바탕으로 이 공장은 PC의 핵심부품인 마더보드의 표준화에도 착수했다. 과거 용도별로 각기 따로 제작하던 방식에서 메인보드 하나만 만들고 여기에 하드디스크드라이버(HDD) 플로피디스크드라이버(FDD) D-램 중앙처리장치(CPU)등 주변장치를 부착해 용도별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든 것. 공정단축 및 마더보드의 표준화로 이 공장은 신제품 개발시간을 과거 15일에서 절반수준인 7일로 줄일 수 있었다. 앞으로는 4일로 단축시킨다는 게 이 공장의 목표다. 생산성은 30%나 향상됐다. 이 공장의 신생산혁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내년부터는 기존의 컨베이어에 의한 생산방식에서 셀(Cell)방식으로의 전환을 계획중이다. 3~4명의 숙련공들이 분리된 방(셀)에서 완제품을 양산하는 셀방식은 현재 미컴팩사 등 세계적으로도 일부 업체들만이 도입하고 있는 미래형 생산방식이다. 대량생산을 위해 만들어진 게 컨베이어방식이라면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적기에 유연하게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셀방식이다. "셀방식을 도입하기 위한 전제조건인 부품의 모듈화와 바코드화가 이미 완료돼 있으므로 올해부터 시행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이필상부사장) 올해 창립이래 처음으로 매출 1조원달성의 꿈을 목표로 하는 삼보컴퓨터의 혁신바람은 지금도 공장 곳곳에서 한창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