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제도주의 경제학' .. 학계에 "참신한 기획"

*** 추천사 : 한경 서평위원회 *** 저 자 : 웬들 고든/존 애덤스 *** 역 자 : 임배근/정행득 *** 출판사 : 비봉출판사 제도주의경제학은 1880~1920년대에 미국에서 득세하던 것으로 독일역사학파 연구방법의 영향을 받아 사회제도를 광범위하게 분석하는 경제학이었다. 현재는 그 세력이 약화됐지만 당시에는 가장 비중이 컸고 한가지 주제에 대해 심층적으로 연구하는등 미국경제학을 발전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지금도 미국 남부와 중부지역의 원로교수중에는 이 전통을 따르는 사람이 많으며 고든교수도 그런 학자중 한명이다. 제도학파의 여러 공로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는 갤브레이스나 미르달과 같은 의사제도주의자(quasi-institutionalist)의 책외에는 별다른 소개서가없었던 형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임배근 정행득 두 교수가 번역한 "제도주의경제학"의 발간은 우리학계의 지적인 공백을 메워줄수 있는 작업으로서 의의가 크다. 제1부에서 저자들은 경제체제에서의 기술, 제도, 자원, 인간의 역할을 서술하고 있다. 네가지 요인은 경제의 기본요소로 상호작용하므로 어떤 한가지를 여건으로다른 변수를 설명하려는 시도는 적절하지 못하다고 본다. 제2부에서는 제도학파의 시각에서 현재 주류경제학인 신고전학파와 막스경제학을 비판하고 있다. 미시경제학에 대해서는 시장기구 분석에 유용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현실경제가 시장기구방식과 협조적 관용의 방식이 혼재된 상태에서 운영되므로 양자를 고려에 넣지 않은 가격이론은 문제라고 꼬집는다. 나아가 거시경제정책의 변화와 제도와 인간행동의 변화가 별개라고 생각하는 것을 비판한다. 제3부에서는 제도주의적 시각에서 미국 경제정책의 역사와 내용을 분석하고어떤 경제정책이 채택되는 데는 다양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게 됨을 설명한다. 이책은 원저자들이 한국어판 서문에서 언급하고 있는대로 우리나라의 경제발전과정을 연구하는데 유용한 시각을 제공해 줄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급격한 경제발전과정에서 커다란 제도적 변화를 겪어왔고 경제발전의 성과는 정부계획과 인간시장경제의 복합적 산물이기 때문이다. 제도학파적 접근의 설득력과 풍부한 연구범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제도학파에 대한 연구가 소홀했던 첫째이유는 제도학파는 나라마다 각기 다른 제도의 변화를 연구하기 때문에 방법은 적용할수 있어도내용은 적용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다른 한가지는 우리나라 경제학자의 기회주의적 수용자세이다. 우리 연구자나 정책입안자들이 경제운영원리나 정책형성과정을 고찰하면서 사실상 제도학파적 시각을 채용한 부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미국경제학의 영향때문인지 교육내용이나 학술적 논의에서는 신고전학파 경제학을 강하게주장하는 분위기가 있다. 따라서 임배근 정행득 두 교수의 번역서는 우리나라 경제학의 논의 폭을 넓히는데 공헌할수 있다. 많은 경제학도들이 이책을 접할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홍기현교수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