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골프] 왜 신사의 운동인가 .. 소동기 <변호사>

파3인 홀인데 티잉그라운드에서는 퍼팅그린의 일부와 그에 인접한코스부분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 그린 뒤쪽에서는 벙커와 물이 말라 있는 해저드가있었고 페어웨이도 있었다. 한 플레이어가 티샷을 하였는데 볼이 그린뒤쪽으로 넘어가 어디에맞추었는지 알수 없었다. 플레이어들이 그린에 가서보니 때마침 꼬마녀석이 손에 볼을 쥐고달아나고 있었다. 그러다가 꼬마녀석은 볼을 뒤로 던져 주었는데 확인해보니 그 플레이어의다음 스트로크를 하기 위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할까. 우선 골프판례집을 들어 결론부터 말하면 이러한 경우 정지하고 있는볼이 국외자에 의해 움직여진 것으로 보아 음 스트로크를 하기위해볼을 리플레이스하여야 한다. 그러나 리플레이스할 장소를 알수 없기 때문에 형평의 원칙에 따라플레이어는 볼이 원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지점에서 가장 나쁘지도않고, 가장 유리하지도 않은 적당한 곳에 리플레이스하고 다음 샷을 하면 된다. 꼬마녀석이 가지고 도망간 간 볼이 플레이어의 것임이 확인되지 않았다면 풀레이어의 볼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한 경우에는 플레이어의 볼은 분실구로 취급되어야 한다는 것이골프판레의 태도인 것같다. 한편 인구에 회자되는 최고의 명판결은 솔로몬의 재판이 아닐까. 그런데 중국의 어느 법학자에 의하면 토머스경이 자기부인과 거지사이에서 진정한 개주인을 가려주는 모습을 솔로몬재판에 견줄말하다고 한다. 아울러 토머스경의 재판에 깔려 있는 재판의 기준은 형평법이라는것이며 형평법이란 다름아인 조화의 관념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 조화의 관념이란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규율이 천하를 지배하고 있던 시절, 형수가 하천에 빠져 익사직전에 있을때에도형수를 구하기 위해 형수의 손을 잡아서는 안되느냐고 묻는 제자에게"네가 만약 손을 대지 않는다면 너는 사람이 아니고 짐승과 같다"고대답하는 맹자의 태도에 살아 있는 정신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형평법이 골프 규칙 제1조 제4항에 들어 있다. 앞서 본 사례의 판정기준이 바로 그것이다. 얼마전 농구대잔치에서 국민은행팀이 심판의 편파적인 판정에항의하다가 몰수패를 당했다. 심판에 대한 판정시비는 복싱경기에서도 흔히 볼수 있다. 그렇지만 심판이 없는 골프경기에서는 여지껏 판정시비로 인한 불상사가없었다. 왜 그럴까. 바로 최고의 기준인 형평법을 골프규칙이 원용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더 나아가 골프가 신사의 운동이라 일컬어지는 것도 그런 정신에서연유하는 것이다. 즉 신사는 조화의 관념을 갖춘 사람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