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일자) 나는 누구냐, 깊이 자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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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당 가운데 먼저 여당인 신한국당의 지역구의원 후보 공천자 명단이우여곡절끝에 어제 발표됐다. 뜨거운 경합에다 탈락반발로 물갈이 폭은 예상보다 좁아짐으로써정치혁신에 걸던 일부 국민의 실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당사자로는 몇년을 감수할 만큼 마음 죄어"을 것이고 어깨넘어일반인 조차 주변에 한둘씩 인연닿는 후보가 없지 않아 신경을 곤두세웠을 터이다. 결국 선거를 치름에 상당한 국력소모는 불가피하다는 사실, 어쩔수없는 국가 대사라는 점을 새삼 절감케 된다. 다시 말해 평소 한국의 정치수준이 사회 어느 부문보다 바닥이라타박하고 선거철이면 더 어지러워지는 이합집산-중상모략-저질언동에 진저리를 치면서도 어차피 국민이 관심을 갖게 되며 또 그래야만 하는것이 각국 선거요, 정치다. 본연이 그렇다면 정치는 선망과 존경의 대상이 되어야 옳지, 언제까지나이꼴로 멸시와 혐오의 대상으로 방치된다면 과연 국민에 이로울 것은무엇인가. 누가 뭐래도 국회를 통해 구현되는 정치는 법치사회의 상부구조인 것이다. 좋은 법을 제정하고 악법은 고치며 예.결산 심의를 통해 관료집단으로하여금 나라살림을 제대로 하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국민으로부터 배타적으로 위임받는다. 그런 중대사가 함량미달 국회의 손에 쥐어진다고 할때 국가경쟁력 제고,민주통일 지향은 커녕 국민생활부터 플러스 아닌 손실을 입는다. 국회를 구성해 정치를 현실로 담당하는 주역은 누구인가. 정당에 앞서 개개 정치인이다. 더 가깝게는 어제 신한국당에 이어 곧 발표될 각당의 지역-전국구공천자와 무소속 출마자들이다. 만일 약 1,500명 쯤으로 예상되는 출마자들, 그 가운데도 정당 공천자들하나하나가 실제로는 당의 꼭두각시 노릇만 하면서 허세나 부리는 함량미달자라고 가정할때 그 속에서 수준급 당선자들이 나와 15대 국회를구성하리라 기대하는 것이 도대체 가당한가. 이점에서 우리 모두는 고민하고 솔직하며 결단성을 발휘해야 한다. 정당 정부 선거관리자들이 물론 그래야 하려니와 섞인 옥과 돌 속에서옥을 선별할 유권자에게 산고의 아픔이 긴요함을 우리는 언제나처럼 힘을주어 다시 강조하고 싶다. 이번엔 더욱 중요한 대목을 지적하고 싶다. 그러한 고민의 1차 당사자는 어느 누구에 앞서 정치 지망자 본인들이어야한다는 사실이다. 정치 신인만이 아니다. 재선 3선에 들어가는 기성 정치인, 4-5-6선을 바라보는 중진 내지 거물도예외는 아니다. 아니, 다선, 중진가운데 구시대적 사고와 습관에 젖어 나라에 이보다는손실을 더 낀친줄 세상이 다 알고 또 스스로 양심은 아는데 체면상 고집을부려 판을 깨는 인물이 있게 마련이다. 기실 한국정치를 정체-후퇴시키는데 보탠 이들의 역기능은 엄청날 것이다. 그들이 무리수로 공천을 통과했다면 유권자가 떨어뜨려야 한다. 신인 가운데 겉멋만 탐하거나 감언이설에 넘어가 한몫 끼인 인물은 양심에 물어 자신과 국운을 망치지 말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