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중형기사업 "끝없는 평행선" .. 서로 '힘겨루기'

한.중 양국이 공동 추진중인 중형항공기 개발사업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제3기술협력선과 최종조립장등에서 양국의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싱가포르와 네덜란드의 항공기 제조업체인포커사가 돌발변수로 떠올라 사업이 갑자기 균열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아직까지는 타협점을 찾을 수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는게 한중양국의 기본방침이지만 현재로선 결렬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한중 양국은 지난 94년 2월7일 1백인승급 중형항공기를 공동개발키로 합의하고 제3국 기술파트너와 최종조립장의 위치등에 대해 협상을 벌여 왔으나 지금까지도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중형기사업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양국이 최종조립장을 자국내에 두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데다유럽컨소시엄과 미국 보잉사가 맞서고 있는 제3기술협력선도 선정치 못했다. 2년여동안 한중 양국을 오가며 10여차례의 협상을 가졌음에도 핵심사항에서는 아직 접근을 못한채 원점에서 맴돌고 있는 셈이다. 양국은 이달중 서울에서 또다시 협상을 갖기로 했으나 상호 입장차이가 워낙 커 타결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주요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게다가 싱가포르의 강력한 대시와 포커사 카드의 등장으로 한중양국간 갈등의 골까지 깊어져 최악의 경우엔 한중 양국이 갈라서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게 해외항공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싱가포르는 인도와 함께 한중 중형항공기 개발사업의 제4협력선으로 손꼽혔던 나라. 한국이 은근히 인도를 염두에 두어온데 비해 중국은 싱가포르에 관심을 보였다. 그런 싱가포르가 최근 10%의 지분을 갖는 제4협력선으로서 한중 항공기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점을 선언하고 나선 것. 이같은 싱가포르의 갑작스런 대시에는 또다른 목적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나오고 있다. 싱가포르가 한중항공기 협상이 결렬될 것에 대비해 한국을 대신할 중국측 파트너가 되기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중국도 한국에 대한 압력수단으로 싱가포르에 손을 내미는게 아니냐는 추측이다(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 반대로 중국은 한국측 주관회사인 삼성항공이 네덜란드 포커사의 인수에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삼성이 최종조립장등에 대한 중국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포커사를 카드로이용하고 있다고 중국이 받아들인다는 것(파이낸셜 타임즈). 삼성은 이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선진기술도입을 위해 쓰러져가는 회사에 관심을 표명하는게 뭐그리 잘못됐느냐는게 삼성의 입장이다. 한중 양국의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갈등의 골마져 깊어지자 업계 일각에서는 한중 공동개발을 포기하고 새로운 파트너를 찾는게 더 바람직하지 않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국과의 공동개발에만 매달릴게 아니라 차라리 미국이나 유럽의 항공기제조업체와 맞잡고 항공기 개발에 나서는게 빠른 길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중형기 사업이 국내 항공산업의 도약대 역할을 할 근간사업인 만큼 정부 직속의 항공우주기획단을 만들어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해야할 때라는 구체적인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상산업부와 국내 항공기제조업체들은 중국과의 협상에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그래도 오랜 기간 협상을 벌여온 중국과의 합작을 성사시키는게 실리면에서도 훨씬 이득이라는게 대체적인 평가이기 때문. 그러나 이달안에 있을 예정인 서울회의에서도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가 계속된다면 모종의 단안을 내려야 하지 않겠느냐 여론도 비등하다. 따라서 이번 서울회의에서는 한중 중형항공기 공동개발사업의 계속 추진여부도 어느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 94. 2 : 통상산업부, 한중중형항공기개발사업계획 확정 발표 94.12 : 한국항공우주연구소(KARI)와 삼성항공간 1차년도 사업협약체결 95. 1 : 한국중형항공기사업조합설립(14개조합사, 주관회사 삼성항공) 95. 2 : 한중간 공동타당성검토실시, 중간보고서작성(북경) 95. 4 : 한중 항공기분과위원회 2차회의 실시(서울) 95. 5 : 한국중형항공기사업조합 항공기설계센터 설립 중국과 프랑스 아에로스파시알, 중국과 독일 다사간 공동타당성 검토실시(북경) 95. 6 : 1차년도 수정사업계획 승인(제2차 운영위원회) 한중 산업협력위원회 2차 회의실시(북경) 95. 7 : 록히드 마틴 에어로노티컬 시스템사와 사전 개념설계착수 (미국 애틀란타) 한중 전담실무팀 활동착수(3개팀) 95. 9 : 제3협력선 선정을 위한 참여희망사 연석회의(서울, 보잉사와 유럽컨소시엄등 참여) 95.10 : 제3협력선 선정을 위한 경영자회의(북경, 보잉유럽컨소시엄 등 회장담참석) 95.12 : 한중 통상차관급 회의(북경) 96. 1 : 삼성항공 네덜란드 포커사 인수 추진 96. 2 : 싱가포르, 한중중형기 사업에 지분참여 희망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