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역사 세우기' 비화 우려..'전씨 880억 제공설' 파장

전두환전대통령이 "5공신당"을 창당하기위해 정치권과 언론계에 막대한 "비자금"을 뿌렸다는 사실이 검찰수사결과 밝혀지자 정치권은 정가에 미칠 파장을 가늠하며 사태의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치권은 특히 검찰이 전씨로부터 돈을 건네받은 정계과 사회각계 인사들의 명단과 건네진 돈의 액수에 수사초점을 맞출 전망이어서 자칫 불똥이 정치권전반으로 확산될까 우려하고있다. .검찰이 신당창당을위한 전씨 비자금 사용내역을 15대총선이전에 밝혀내 관련자들을 사법처리할 경우 총선구도에 상당한 변화가 올것으로 보인다. 특히 도덕성을 "무기"로하는 야당의 경우 전씨의 돈을 받은 것으로 밝혀진다면 이는 여당의 대선자금수수 못지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여야는 3일 일제히 논평을 내고 전씨비자금에대한 철저한 수사와 관련자들의 엄중문책을 촉구했다. 여당은 그러나 이번 "발표"도 지난번 "정치권 사정설"과 마찬가지로 상당부분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과연 수사가 진행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번 정치권 사정설이 검찰측에서 끊임없이 제기됐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친여무소속의 난립이나 신한국당 인사의 탈당을 막으려는 여권의 전략이었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그간 정가에서는 5공신당창당작업이 상당부분 진행되다 전직대통령의 비자금수사와 5.18수사로 창당작업이 사실상 물건너간 시점에서 다시 불거져 나왔다는데 주목하고 있다. .신한국당 손학규대변인은 이날 "12.12와 5.18을 일으켜 헌정사를 거꾸로돌리고 부정축재를 자행한 것도 모자라 개인의 권력욕을 충족시키기 위해부정한 돈으로 5공신당을 창당하려 했다는 것은 국민을 우롱한 처사로 단죄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윤환대표는 이날 "내가 3당 합당이후 전씨를 만났을 때 전씨가신당창당추진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언급한바 있다"며 "3당합당에 반대하지 않은 전씨가 왜 신당창당을 추진했겠느냐"고 신당창당설을 일축했다. 한편 전씨측도 신당창당설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전씨의 측근인 이양호변호사는 "어처구니가 없어 할말이 없다"며 "논평할가치조차 없다"고 말했다. .이번 검찰발표의 배경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상당수의 구여권인사가 신한국당 공천에서 탈락하고 무소속이나 자민련으로 출마하게되는 점을 의식한 것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관련 정가에서는 무소속출마나 자민련 입당을 추진하고있는 인사들중 일부가 전씨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도 흘러나오고있다. 현정부의 국정운영방식등에 반발,이미 신한국당을 탈당한 5.6공인사들까지야당 간판을 달고 출마하거나 무소속으로 나가는 사태를 방치할 경우 이번 총선에서 신한국당이 자칫 지역당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도 배려됐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권에서는 그러나 이같은 야권의 시각은 구시대적인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번 검찰수사는 최근 진행중인 과거청산작업을 마무리하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다만 그 결과로써 5.6공세력들의 조직적 반발을 무력화시키는 한편 신한국당의 개혁 이미지를 제고시켜 총선에서 승리확보에도 도움이 될것이라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사건"에서 주목할 점은 그 파장이 정치권에 한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언론계등 사회지도층에서도 4백80억원이라는 막대한 돈이 흘러들어갔고 이는 그간 정치권에만 주로 한정돼왔던 "역사바로세우기작업"이 사회전반으로 확산될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