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 공책 자취 감춰 .. 환경정책 "표류"

정부의 환경정책 표류로 올해부터 재생용지를 이용한 재생공책이 자취를 감추게 됐다. 이는 정부가 그동안 정책적 배려는 외면한채 환경보호라는 명분아래 업체의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한데 따른 결과이다. 최근 재생공책을 유일하게 생산해 오던 문화환경은 생산중단을 선언했다. 지난91년 국내최초로 재생공책을 생산한 문화환경은 92년 2백20만권까지 생산했으나 지난해에는 크게 감소한 20만권을 생산했었다. 이로써 지난 94년 모닝글로리 바른손 영문구 아트박스 한국텔레마케팅등 5개업체가 차례로 손을 뗀데 이어 국내의 재생공책생산업체는 단 한곳도 남지 않게 됐다. 재생공책이 가장 많이 생산될때인 지난 93년에는 무려 1천만권이 넘었었다. 환경친화적인 재생공책이 끝내 뿌리를 내리지 못한 데는 정부의 표리부동한자세가 주요원인이라고 관련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소비자와 업체에 소비와 생산을 적극 권장해 왔으나 업체에대한 정책적 지원은 거의 해주지 않았다. 실제로 생산초기에 정부는 교육부와 협의, 학생들의 재생공책사용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으나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조달청에서도 뒤늦게 지난 95년 6월부터 재생공책을 우선구매하고 있으나 미미한 구매실적으로 업체에는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다. 대부분 영세한 재생공책업체들로서는 쌓여만 가는 누적적자를 감당할수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매년 30%이상 올라가는 재생용지가격을 이들 영세업체들로서는 감당하기에 역부족이었다. 문방구에서도 재생공책을 외면, 판매가 부진했던 것도 원인중의 하나이다. 일반공책은 판매마진폭이 30%가량인데 비해 재생공책은 10% 남짓밖에 안되는 상황에서 재생공책은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재생공책업체들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정부가 그 마진폭을 지원해 주는 것처럼 정책적 지원을 요청했으나 정부는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의식과 행동이 따로따로인 소비자들의 자세도 이들 업체의 생산중단을 부채질했다. 내아이만은 꺼림칙한 재생공책을 사용하게 할 수 없다는 학부모들의 인식이문제였다. 강우현 문화환경사장은 "영세업체로서 지금껏 사명감을 갖고 이분야를 지켜왔지만 이제는 포기할 수 밖에 없다"며 "말뿐인 정부지원보다는 작지만실질적인 정책적 배려가 아쉬웠다"고 말했다. 재생공책에 대해 정부와 소비자들이 인식을 전환하기까지 당분간 재생공책은 보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