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8일자) 폐광지역 개발에 생각할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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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산업부는 6일 (강원)태백 정선 영월 삼척 (충남)보령 (전남)화순 (경북)문경등 7개 폐광지역을 관광단지로 개발하기 위한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을 입법 예고했다.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오는 4월1일부터 시행될 이 법령안은 폐광지역에 대해 산림법 환경관련법 관광진흥법등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완화, 쉽게 관광단지가 들어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이다. 우선 강원도폐광지역에 내국인도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 골프장 3곳 스키장 6곳과 호텔 실버타운 종합레저단지가 들어서도록 하겠다는게 통산부와 강원도의 구상인 것 같다. 폐광지역의 경우 일자리가 없어지고 인구도 줄어 집값이 내림세를 보이는등심각한 경제불안 양상을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바로 그런 점을 감안할때 정부에서 폐광지역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특별법을 만든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또 개발의 방향을 관광쪽으로 잡은 것도 해당지역의 자연조건등을 감안할때적절했다고 하겠다. "내국인도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를 세우겠다는 것은 선뜻 환영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지만, 빠른 시일안에 폐광지역의 관광단지가 활기를 띠도록 하기 위해서는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을 것으로 봐 관계당국자들의 정책결정과정의 "고충"을 이해하고자 한다. 그러나 카지노 설립자금의 51%를 지방자치단체등 공공부문에서 출자하겠다는 정부방침은 아무래도 찬동하기 어렵다. 어떻게 정부(지방자치단체포함)에서 도박장에다 출자를 하겠다는 발상인가. 카지노수익을 폐광지역 개발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그렇게 하지않아도 얼마든지 있다. 목적세형태의 내국인 카지노입장세등을 신설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도박을 법으로 금하고 있으면서 정부가 도박장을 차릴 수 있느냐"는 지적은 차치하더라도 최소한의 체면은 지켜야 한다는 측면에서 정부의 카지노출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카지노가 정부투자(출자)기관이 되고, 그래서 카지노 딜러가 법률상 "공무원의 신분에 준하는 사람", 공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된다는게 어디있을 법이나 한 일인가. 자칫하면 잘가꾸어진 산림이 마구잡이로 훼손되는등 부작용이 극대화될 우려가 크다는 점도 짚고넘어가야할 대목이다. 태백.영월일대의 산림지역은 평균수령이 20~50년으로 산림법상 개발이 엄격히 제한되는 8~10등급에 해당된다. 개발을 위해 이들 산림이 부분적으로 훼손되는 것은 어쩔 수 없겠으나,"폐광지역 진흥지구"로 지정될 대상지역이 강원도만도 4개 군에 걸치는등 광범위하기 때문에 자칫 개발명목의 마구잡이 산림파괴가 빚어질 우려도 떨쳐버리기 어렵다. 따라서 해당지역에 대한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개발계획, 어느 곳에 어떤 관광시설을 세우고 이를 위해 어느 지역의 산림을 어느 정도 없앤다는 계획을 사전에 확정, 사업자도 이 계획에 따라 엄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폐광지역개발이 그동안의 다른 관광지나 공업단지개발처럼 땅값이나 올리고유휴지나 양산하는 부작용을 낳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