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층 "흔들"...체제붕괴 신호탄 .. 북한 어디로 가고 있나

북한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올들어 잠비아주재 3등서기관 현성일씨부부와 차성근씨등 3명의 망명김정일의 동거녀로 알려진 성혜림씨일행의 탈출 안전부소속 정치범수용소경비원 조명길씨의 북한주재 러시아무역대표부난입사건노동당중앙위원의 중국망명(설) 등 북한상층부와 권력기관의 이상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일반주민들은 식량난으로 기아위기에 처해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이같은 이상징후는 북한이 지난해부터 "민족최대의 명절"로 내세우기 시작한 김정일생일(16일)을 코앞에 두고 있고 오는 7월8일 "3년탈상"직후 김정일의 "등극"이 점쳐지는 시점에서 벌어지고 있다. 통일원 등 북한관련기관들은 일단 이런 징후를 체제붕괴의 "신호탄"로 받아들이고 있다. 북한체제를 지탱해온 김일성카리스마가 무너지면서 내부결속이 급격히 이완, 탈출욕구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고위층의 망명사태는 북한 집권층내 권력다툼이심화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 북한내부에서 유난히 증가하고 있는 김정일에 대한 충성결의도 이같은내부결속 이완을 반증하는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각급단체 기관별 충성결의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지난14일에는 성역으로꾸며진 백두산밀영에서 군최고위간부들이 참석, 육.해.공군이 합동으로결의모임을 갖기도 했다. 이번 김정일의 54번째 생일 준비가 예년처럼 요란하지 않았다는 점도주목할만하다. 이는 수해로 인해 잔치분위기를 조성할만한 상황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한데 따른 것일 수도 있으나 상대적으로 김의 위상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아니냐는 관측도 해볼만한 부분이다. 주민들의 불만도 팽배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연료난 수송난 등까지 겹치며 경제가 거의 마비된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북한체제가 곧바로 붕괴될 것 같지는 않다는게우리측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통일원의 김형기정보분석실장은 "북한의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것은 사실이나 아직 체제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고분석했다. 북한에서 10여년 넘게 근무한 러시아외교관들도 여전히 김정일의 지배력이확고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정부당국자들은 전했다. 특히 남북대치상황이 계속되는한 북한내부의 긴장이 어느정도 유지될 수 있는 만큼 북한 체제가 하루아침에 송두리째 흔들리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것이라고 관련기관들은 전망하고 있다. 체제 붕괴는 아니더라도 김정일정권을 대체하는 새로운 정권의 출현은충분히 예상되고 있다. 정부당국자는 "김정권이 무너질 가능성은 있으나 그 이후에는 다른 혁명원로나 군이 등장해 위기관리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일이후 정권은 일부 개혁개방노선을 통해 산적한 문제들의 해결을 시도할 수 있으나 그 자체가 체제붕괴를 재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체제의 바탕을 흔드는 경제난을 하루아침에 돌려놓을 수 없는 이상 위기가지속되며 제2, 제3의 정권교체시도가 이어지고 결국 체제붕괴로 마감한다는것이다. 이같은 체제붕괴를 향한 북한의 여행은 북한의 대외신용도를 더욱떨어뜨리며 경제난을 심화시킬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남북경협도 상당기간 냉각기를 거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말 쌀문제로 남북한 관계가 경색되면서 남한 경제인의 방북이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경협사업도 진전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북한 스스로가 평양내 전시회개최를 비롯 해외전시회 투자설명회 등 각종 일정을 잇달아 취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북한체제의 급격한 붕괴, 이에 따른 대량난민의 유입 등에도 대비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도 한반도 상황의 급변에 대비해 대책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무튼 우리정부는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북한의 붕괴속도를 늦출 수 있는 브레이크정책을 구사하며 북한붕괴쇼크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