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사기인출사건] 내부공모땐 유출 무방비 .. 쟁점

한은구미사무소에 발생한 9억원 사기인출사건은 한은과 금융기관간 금융거래구조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구조적인 문제해결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이같은 사건은 언제든지 재발될수 있다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아울러 한은의 실명제위반여부와 대동은행이 이상하리만큼 전적인 책임을 "인정"하고 있는 9억원의 배상책임도 명확히 규명돼야한다는 지적이 많다. > 금융기관들은 수표 어음등 유가증권을 현금에 준해 보관한다. 대개는 "은행금고-금고내 별도공간-중요증서금고"등 세단계의 보안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업무시작전 얘기다. 업무가 시작되면 대부분 금융기관들은 필요한 현금과 당좌수표 자기앞수표등을 미리 금고에서 꺼내 놓고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유출가능성이 있다. 설령 세가지 단계를 거쳐 당좌수표를 꺼내더라도 담당자들이 공모한다면 당좌수표는 얼마든지 유출될수 있다. 한은의 결재단계도 허술하다. 보통 당좌수표가 제시되면 출납담당행원이 인감과 명판을 확인한다. 이어 심사역(대리)과 업무출납과장의 결재를 받아 현금을 지급한다. 그러나 심사역과 출납과장의 결재는 말그대로 "통과의례"에 불과하다. 출납담당행원이 착오를 일으키거나 공모를 한다면 잘못된 당좌수표에 대해서도 현금을 지급할수 밖에 없는게 현재 시스템이다. > 한은과 금융기관간의 당좌거래약정서에는 "수표분실 또는 분실후 미신고로인한 피해는 전적으로 수표발행기관에서 책임진다"고 규정돼 있다. 따라서 범인이 잡히지 않거나 잡히더라도 9억원전액을 찾지 못한다면 대동은행은 9억원의 손실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수사가 진전되는 정도에 따라 한은도 일정부분의 책임을 피할수 없다는게 일반적이다. 예컨대 문제가 된 당좌수표에 찍힌 인감과 명판이 육안으로도 위조된 것임을 알수 있었을 경우 한은은 과실책임을 면할수 없다는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 당좌수표를 거래할때 어디까지를 실명확인절차로 볼것인가가 관건이다. 한은은 당좌거래가 개인이 아닌 법인을 상대로하는 만큼 인감과 명판을 확인하는 것으로 실명확인절차는 끝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그러나 자기앞수표를 현금으로 찾아갈 경우 배서하는 사람의신분을 주민등록증과 대조해야만 실명확인절차를 거친 것으로 간주된다며 한은이 범인의 신분확인을 하지 않았다면 명백한 실명제위반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