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 '조세의 날' 30돌 .. '조세선진화 당면과제'

********************************************************************** 국세행정이 바야흐로 장년기로 접어들었다. 사세청을 지금의 국세청으로 바꾸고 조세의 날을 제정한 것이 3일로 30년을 맞는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세제와 세정은 경제개발 재원을 조달하는데 밑거름이돼왔다. 하지만 소득수준이 향상되고 경제규모가 크게 달라지면서 곳곳에서 개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계층간 과세의 불형평문제나 재산과세의 불합리성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고 기업과세와 소비세제 징세행정을 둘러싼 개선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사는 조세의날 30주년을 맞아 손병두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최광한국조세연구원장 최명근서울시립대교수 윤증현재정경제원 세제실장을 초청, 조세행정의 발자취와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을 모색하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최광 조세연구원장 = 조세의 날이 서른돌을 맞습니다. 조세정책은 그동안 국가 재원조달측면에서 상당폭 기여해 왔지만 세목별 세수규모라든지 세제측면에서보면 개선할 여지가 많습니다. 조세정책과 징세행정은 경제 사회여건변화에 영향을 주기도하고 받기도 합니다. 따라서 변화에 맞는 세제및 세정을 구현하는 것이 향후 과제로 여겨집니다. 최명근서울시립대교수 = 우선 징세행정의 현대화 문제를 얘기하지요. 66년과 94년을 비교하면 경상 GNP는 2백92배, 내국세수는 5백24배,납세자수는 5.5배나 늘었는데 세무공무원과 세무서는 각각 3.1배 1.7배 증가에 그쳤습니다. 세무공무원1인당 연간 5백건정도를 처리하고 한달에 열흘을 밀린세금 추징하는데 시간을 보내는 상황에서 세무서비스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업무량이 적정 수준이 되도록 투자가 필요합니다. 징세행정에 대한 진단도 있어야 합니다. 사소한 통계까지 모든 세무서에 보고토록 지시하는 건 행정낭비예요. 횡포이기도 하고요. 세무서식도 간소화시키면 줄어든 업무량만큼 납세자에게 신경을 써줄수 있겠지요. 이런 조건이 충족된뒤라야 세무서비스에 대한 평가가 가능할 겁니다. 손병두한국경제연구원부원장 = 기업 입장에서 볼때 세무조사는 걱정스럽고 신경쓰이는 일입니다. 명목세율이 높고 세법상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한 구석도 많은데 털어서 먼지 안나는 곳 있겠어요. 세무조사에 많은 직원이 매달리니까 업무는 마비되고 영업활동이 위축됩니다. 게다가 "색깔있는 이유"로 조사를 받게되면 사형선고를 받는 듯한 상황에 빠지게 되죠. 세정도 그렇지만 세제도 이제 손볼곳이 많습니다. 기업쪽도 그렇지만 개인들의 소득이나 재산세 소비세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지 않습니다. 윤증현세제실장 = 세제와 세정에서 현대적인 틀을 갖춘게 30년인데요,사실 여기에 걸맞게 변화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정부도 그동안 지나치게 높은 세율을 낮추고 세원을 더욱 양성화시키고 노력을 해왔습니다. 또 올해 상속.증여세제를 대폭손질할 계획입니다. 좋은 의견이 있으면 충실히 정책에 반영하겠습니다. 최교수 = 우선 소득세문제부터 짚어보지요. 불만이 가장 많은 분야인데요. 지난해 전체세수가 20% 늘었는데 소득세는 35%가 더 걷혔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사업소득에 대한 세원포착 여부가 관건인데요, 같은 세율이지만 봉급생활자는 세원이 거의 드러나고 사업자는 그렇지 않으니까 불평이 나오는 거지요. 현실이 이렇다면 세제도 거기에 맞춰가야 합니다. 근로소득의 비과세 범위를 늘리거나 세액공제폭을 확대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입니다. 조세논리에 안맞는다고 폐지한 상여금소득 특별공제도 같은 맥락에서 부활시키는 방안을 검토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근로소득자들의 불만은 논리가 아닌 감정의 문제거든요. 윤실장 = 소득세제가 복잡성한게 사실인데 급여체계에서 너무 복잡한게 큰 원인입니다. 각종 비과세 소득이 없어진다면 세제도 당연히 단순화할수 있겠지요. 부양가족 여부에 따라 세부담이 증감되는 현상은 소득세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과정에서 생겼습니다. 최제세율을 5%에서 10%로 올리면서 소득공제도 확대했지만 독신자들은 인적공제를 못받으니까 손해를 보게 된 거지요. 지난해 소득세수가 급증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만 납세인구가 54만명 추가됐고 경기호황으로 상여금이 많이 지급됐기 때문이지 동일한 소득에서 더 걷은 건 아닙니다. 손부원장 = 그래도 과세계급의 문제는 남습니다. 과세구간이 좁기때문에 급여수준이 향상되면 세부담이 급격하게 늘거든요. 최교수 = 맞는 지적이예요. 올해 소득세율구간을 줄였는데 결과적으로 급여가 조금만 늘어도 세율은 한단계 높은 고세율을 적용받습니다. 과세구간의 기준자체가 옛날 그대로 입니다. 1인당 GNP가 3~4배나 증가한 지금이나 옛날이나 소득세 최고 세율 대상은 거의 높아지지 않았는데 1억정도까지는 끌어 올려야 한다고 봐요. 그러면 총액기준 급여가 월2~3백만원인 근로자들의 경우에 소득구간이 갑자기 높아지고 것을 막을 수 있어요. 올해부터 적용되는 소득세제는 "세율인하, 과세구간 축소"가 특징인데 이러면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없습니다. "근로자는 봉"인셈인데 이런 정책을 정직하다고 할 수 있나요. 최원장 = "근로자는 봉"이란 표현은 유감입니다. 근로소득자의 불만은 사업소득자에 비해 세부담이 높다는 점인데 그 해결방법은 근로소득자는 세부담을 줄이고 사업소득자는 높이는 건데 원인을 고쳐야 합니다. 사실 선진 외국에 비해서 보면 급여대비 세금납부비율은 우리나라가 비교도 어려울 정도로 낮습니다. 윤실장 = 비과세 소득이 많아서 그렇지 총액 개념으로 소득세를 계산하면 실제 세부담률은 10% 내외입니다. 사업자들과 비교해볼때 너무많이 내는것 아니냐하는 불만일텐데요. 사업소득 법인소득 재산소득에 대한 과세가 근로소득과 형평성을 갖도록 여러가지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최교수 = 금융소득 종합과세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금융실명제를 연착륙시킨다는 차원에서 과세대상을 금융소득 4천만원이상으로 잡았는데 차명거래등을 감안하면 실제과세대상자가 3만명이 안될 겁니다. 과세대상 금융소득 금액을 낮추되 세율을 인하해야 국민들이 따릅니다. 대상을 확대하는 부분은 예측가능토록 법에 예시해야 합니다. 예를들면 언제부터 대상소득기준은 얼마로 조정하고 세율은 어떻게한다는 식으로 미리 예시해야한다는 겁니다. 윤실장 = 금융자산은 경제발전 과정상 아직 보호받아야 할 측면이 있습니다. 금융자산은 사실 이미 세금을 내고 형성된 것입니다. 또 부동산에 비해 과표노출 정도가 심합니다. 이런점때문에 4천만원이 됐는데 앞으로 시행결과를 보면서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해 나갈 방침입니다. 손부원장 = 재산세 부분의 경우 과표현실화가 세금현실화로 나타나는 현상이 있습니다. 이러면 앉아서 뺏기는 듯한 감정이 들수 있거든요. 물론 재산보유에 대한 과세는 강화돼야 합니다. 다만 과표가 현실화된만큼 종합토지세 최고세율등은 내려야 한다는 얘깁니다. 최교수 = 양도소득세는 세율이 높은데다 누진세율까지 적용돼 세부담이 큽니다. 국민들이 직접 세금계산서를 쓸수 있을 정도로 세제를 간결하게 해야하며 실거래가격이 세액산출 기준이 되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취득세 및 등록세 5%는 말도 안됩니다. 보유과세는 강화하되 취득자체나 거래과세는 완화해야 실효성을 거둘수 있지요. 상속세도 문제가 많이 해소됐습니다만 증여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합니다. 윤실장 = 보유과세에 대한 정부의 입장도 "강화"쪽입니다. 토지의 공급과 수요를 감안할 때 세금낼 능력이 있거나 주택 공장용지등 기업활동등에 필요한 경우에는 땅을 쉽게 확보할수있도록 해야 합니다. 보유과세 강화는 조세저항이나 납세마찰을 초래할 수 있어 점진적으로 시행돼야 할겁니다. 양도세의 단순화및 하향조정에 대해선 동감이지만 소득세와의 합산은 신중해야 합니다. 재원확보를 고려하면 취득.등록세는 낮추되 보유과세가 전제돼야 하겠지요. 상속세제는 현재 전면적인 개편방안을 검토중입니다. 토지초과이득세도 존폐문제부터 생각해볼 문제인데요, 재산과세를 포함한 보유나 상속세등의 체제가 정착이 되는 단계에가면 토초세는 폐지할수 있을것으로 봅니다. 최원장 = 보유과세가 거론됐는데 재산세가 어디서 얼마나 걷히는지 제대로 인식되지 않고있습니다. 95년에 재산세가 3조1천억원이 걷혔는데 자동차에서 1조5천억원이 걷혔습니다. 땅은 1조1천억원, 건물은 5천억원에 불과했습니다. 사견이지만 땅 2조원, 건물 8천억원, 자동차 3천억원이 이상적입니다. 그렇게 되도록 재산세체제를 고쳐야 합니다. 손부원장 = 기업세제 문제도 언급해야겠습니다. 법인세 최고세율이 많이 낮아졌다고는 해도 준조세 부담율은 여전히 높아요. 이러면 대외경쟁도 어렵고 투자도 힘듭니다. 세율을 15~25%로 낮추어야 안정성장과 경쟁력을 유지할수 있습니다. 특히 과표 1억원을 기준으로 높은 세율과 낮은 세율대상을 구분하는데 이건 비현실적입니다. 윤실장 = 법인세는 이미 28%까지 최고세율을 인하했습니다. 세율구분때 과표기준(1억원)이 빡빡하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중소기업의 경우 20%의 특별세액공제가 있고 과표가 1억이하면 세율이 16%니까 실질세율은 12.8%입니다. 이정도라면 낼만한 수준입니다. 법인기준 상향조정 문제는 경제규모가 커져 꼭 필요하다고 인정될때 고려하는게 타당하다는 생각입니다. 손부원장 = 설탕이나 TV 냉장고등은 이미 특별한 소비품목이 아닌데도 특별소비세가 여전히 징수되는 불합리성도 있습니다. 조세의 목적이 꼭 세금징수에만 있는건 아니지만 이젠 어느정도 현실을 인정해 주어야하지 않습니까. 윤실장 = 작년에 전반적으로 세율도 낮추었고 과세대상도 줄였습니다만,올해도 부분적인 보완이 있을겁니다. 다만 "특별"이라는 용어가 붙은게 어색합니다만 조세의 소비조절기능이라는 면에서 이해를 해주었으면 합니다. 최교수 = 특소세는 역진성을 갖기 때문에 완전히 없애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생활필수품화된 것도 조정이 안되고 있는게 문제지요. 부가가치세제의 경우 과세특례자는 없애는 게 논리적입니다. 간이과세 최저한을 낮추고 과세특례자를 없애면 별문제가 없는데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윤실장 = 과세특례 폐지에 대한 반발은 어찌보면 민주주의에서 자본주의로 가는 과정에서의 코스트로도 여겨집니다. 과세특례를 없애고 면세점을 상향조정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겁니다. 정부는 이쪽으로 이미 방향을 잡았고 향후 2~3년내에 과세특례를 없앨 작정입니다. 손부원장 = 기업입장에서 볼때 관세부담은 큰 편이 아닙니다만 고율품목이 여전히 많기때문에 선진국 수준으로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는데요. 윤실장 = 관세는 많이 인하됐습니다. 공산품은 8%,기초재는 2~3%,중간재는 5%정도입니다. 너무 낮아 문제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최원장 = 사실 관세율은 우리나라가 마음대로 하기도 어렵지요. 국제적인 룰을 따라야하는 문제이니까요. 다만 통관절차나 관세관리체계등은 납세자의 편익을 최우선하는 방향으로 대폭 개선돼야합니다. 손부원장 = 우리나라의 조세부담율은 94년에 GDP의 20%가량으로 선진국 수준보다는 낮습니다. 그러나 예산규모의 70~80%에 이르는 각종기금을 포함할 경우 결코 낮다고만 할수도 없어요. 국세와 지방세가 8대2 정도인데 지방세 비율이 너무 낮습니다. 특히 조세에 잡히지 않는 준조세가 기업쪽에는 큰 부담입니다. 윤실장 = 조세부담율은 국가재정과 연계되는 사안입니다. 20%내외에서 건전재정이 되게 노력해야 합니다. 지방세 문제는 지방자치단체별 세원분포와 관련되기때문에 지자체들의 재정자립도가 높아질때까지 중앙정부가 걷어서 재정교부금 지방양여금등의 형식으로 지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최교수 = 납세자 입장에서 본 세정의 위상도 논의해 보지요. 세정은 납세자를 주인으로 대접해 주는게 가장 중요합니다. 세무조사의 예를 든다면 사전통지뿐 아니라 시정사항도 알려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납세자들이 계속 불안해 할 수밖에 없어요. 납세자 권리장전은 그래서 필요한 겁니다. 또 장부를 쓰는 사람들이 혜택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세무조사 방법도 문제인데 선진국은 한번밖에 못하지만 우리는 5년간에 걸쳐 몇번을 해도 상관없습니다. 이러면 조사기법도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지요. 세금은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몽둥이어서는 안됩니다. 국민의 신성한 의무라야 합니다. 손부원장 = 징세 편의주의와 납세편의주의는 같이 추구돼야 한다고 봅니다. 세제와 세정 모두 예측가능하게, 투명하게 만들어져야합니다. 그렇지않으면 정부에게 돌아오는 건 불신뿐입니다. 윤실장 = 세정에 대한 애정어린 충고로 받아 들이겠습니다. 현재 조세연구원에서 납세자 권리장전을 연구하고 있는데 좋은 자료가 있으면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정부도 납세자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