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보수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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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사전을 보면 보수주의란 "현상 유지나 점진적인 개혁을 받아들이는 주의"라고 풀이하고 있다. 또 보수정당은 "현상에 만족하고 미래의 개혁에 기대를 가지지 아니하는 정당의 한 유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선진 각국의 주요 정당들은 보수정당이냐 아니냐 여부가 이미 객관적으로 평가가 나있다. 영국은 보수당과 노동당의 양당정치이다. 보수당은 이름 그대로 보수정당으로 17세기말에 일어난 토리(Tory)당이 1835년에 보수당이라고 개명한 것이다. 노동당은 사회주의 정당으로 혁신정당에 속한다. 미국도 민주당과 공화당의 양당정치라고 할수 있는데 대체로 공화당이 보수적이라면 민주당은 리버럴하다고 할수 있다. 이 두 정당의 차이는 "정부와 국민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 하는 정치적 기본명제에 있다. 민주당의 리버럴리즘을 명확하게 실천한 것은 "뉴딜"정책으로 유명한 플랭클린 루스벨트대통령이다. 그는 대공황의 와중에서 농업 공업 금융 사회복지등 모든 분야에 걸쳐 연방정부가 개입토록 했다. 그래서 연방정부의 권한은 확대됐고 "큰 정부"가 성립됐다. 리버럴리즘은 60년대 케네디대통령의 "뉴 프론티어", 존슨대통령의 "위대한 사회"정책 등으로 이어진다. 카터대통령때 이 노선의 폐단이 지적되면서 등장한 것이 보수적인 공화당의 레이건대통령이다. 현 클린턴 민주당정부와 공화당이 지배하는 의회간의 알력은 근본적으로 이같은 정책적 견해 차이에 연유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일본의 경우는 보수정당인 자민당 "사키가케"와 사회주의 정당인 사민당이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한편 보수정당인 신진당이 야당의 주축이 돼있는 정치구도이다. 이런 일본의 정치현실은 일본정치가 이미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4.11총선을 앞두고 우리 정계는 보수논쟁이 한창이다. 우리 정당의 정강 정책은 모두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보수논쟁이란 사실상 별 의미가 없다. 그래서 논쟁의 초점은 어느 정당이 정통 보수정당이냐 하는 차원으로 변하는 모양인데 그것 역시 우리 정당의 역사를 감안하면 그다지 의미가 없어 보인다. 우리 정치학자의 보수논쟁에 대한 견해는 입장에 따라 다른것 같은데 어느 교수가 "한국에 엄격한 의미의 보수정당은 없고" 정당간의 보수논쟁은"선거용"이라고 평가한게 가장 사실에 가까운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일자).